
최근 자영업자와 청년을 중심으로 경기 한파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때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재기의 기회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김용덕 함께만드는세상 이사장은 신용 점수 하나로 미래가 차단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김 이사장은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제도권 금융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사회연대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2003년 설립된 함께만드는세상은 저소득 저신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사회연대은행이다. 취약 계층에게 창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2년 카드대란 등 후 일할 의욕과 능력은 있으나 돈이 없어 일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 종잣돈을 빌려줘 자립시키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한국형 '그라민뱅크'(방글라데시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 대출 금융 사업)을 목표로 한다.
개인 신용정보평가 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 사장을 지낸 그는 KCB 재직 당시 "국민들이 더 좋은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예상과 딴판이었다. 신용이 좋은 사람은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그 마음으로 함께만드는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투명성과 전문성을 함께만드는세상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 결과가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하는 2023년 투명경영대상에 대상을 수상한 일이다.

김 이사장은 기금 집행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언급했다. 돕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돕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다. 그는 기업에서 특정 조건으로 기금을 집행하라고 했을 때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10만명, 100만명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정말로 절실한 사람 50~100명을 뽑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한국 기업의 기부금 문화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 이사장은 "대부분 선진국의 기부 문화는 조건이 없다. '돈은 지원할테니,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난 당신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원, 200원까지 영수증 풀칠해서 붙이는 행정이 중심이 되면 원래 자기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들을 제대로 해내기 쉽지 않다"면서 "그런 데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게 '함께온기금'이다. 기업 요구를 맞춰야 하는 사업 설계, 일시적인 모집과 지원의 반복, 대출보다 무상 지원을 선호하는 기업 사회 공헌(CSR) 기금을 활용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지난 2024년 출범한 함께온기금은 시민, 기업, 공공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모금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마이크로크레딧 모델이다. 빌려주고, 돌려받고, 다시 빌려주는 순환 속에서 개인의 자립을 도모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신용 점수가 아니라 '사연 심사'라는 새로운 기준을 통해 신청자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자립 의지가 있는지, 대출금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금융 이력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원 방식도 한시적인 모집이 아니라 '상시 운영' 체계다. 또 자립에 성공한 수혜자가 성실히 상환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후원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자립을 돕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실제로 예비창업자금대출 사업에서 창업자가 상환을 이어가며 동시에 후원회원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 속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환기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너무 높고, 디지털 전환이 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게 됐다"며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 그들은 '편한 것만 찾고 월급 많이 주는 곳만 찾는다'고 치부해 버리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노인들은 노후 준비가 안 된 채 은퇴해 빈곤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금융 교육' 부재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냥 돈을 지원해주고 기금은 사라지지만, 사회적 금융 방식을 통해 대출 방식을 도입하면 상환된 돈으로 돕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며 "갚는 사람의 자긍심도 살릴 수 있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북돋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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