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D의 선택'.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 극소수만 이런 문구와 함께 온라인서점 전면에 걸린다. 출판사들이 온라인서점 MD를 만나 신간 설명을 하려 줄을 서는 이유다. 대형 온라인서점 홈페이지에는 10분 단위 MD 미팅 예약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MD의 경조사에 출판사 사장들이 총출동했다는 얘기는 출판계 전설 중 하나다.

구환회 교보문고 소설 MD 겸 e커머스영업1파트장은 최근 첫 책 <독서를 영업합니다>를 내면서 거꾸로 자신의 신간을 알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구 MD는 "저자가 돼보니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는구나' 실감했다"며 "책에 둘러싸여 일하는 사람이지만 책이 들어오면 허투루 보면 안 되겠단 생각을 다시금 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한다고 잔뜩 써놨는데 막상 제가 하려고 하니까 어렵더라고요.(웃음)"
2008년부터 교보문고 MD로 일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직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던 날의 풍경, '리커버'라는 마케팅 용어와 전략을 업계에 자리잡게 한 경험, 기획전을 흥행시켜놓고 재고 확보에 실패했던 아찔한 실수담, '예쁜 쓰레기' 굿즈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겨 있다. 책 제목대로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소설, 만화, 논픽션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추천하고 인용한다.
MD 공략법을 고민하는 출판사 사람들을 위한 '영업비밀'도 풀어놨다. 구 MD는 "MD에게 거꾸로 '우리 책 어떻게 팔까요' 물어보는 것만은 피해달라"며 "해당 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책을 방금 마주한 MD가 아니라 출판사분들이니 대략의 판매 전략을 제시하면 논의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했다.
서점 MD라는 직업은 다른 분야 MD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다. 서점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는 특수한 시장이다. 정가의 10%까지만 할인 가능하다. 가격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빼고 마케팅 전략을 짠다. 구 MD는 "타 영역 MD들을 만나면 가장 신기해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책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과 가치로 효용을 따져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외에 맞춤형 추천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곤 한다"고 했다.
그가 목표로 삼는 건 '목적형 독서'가 아닌 '발견형 독서'다. "요즘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 얘기를 많이 하지만 예외성이 없으면 지루하죠. 신선한 발견을 이끌고 나조차 모르던 나의 취향을 찾아주는 건 결국 사람 MD인 것 같아요."
구 MD는 "종이책 독자가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현장에서는 꾸준히 읽히는 책이 분명히 있다는 걸 목격한다"며 "올해 '텍스트힙(독서는 멋있다)' 유행으로 20대 독자들이 SNS에 적극적으로 독서 후기를 올려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연말연시 '독서'를 목표로 삼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작심삼일 독서법'을 제안했다. "작심삼일을 여러 번 하면 1년이 돼요. 3일 읽다 하루 쉬었으면 다시 3일 읽자는 거죠.(웃음)" 그는 책에서 '독서의 이유'를 '재미, 지식, 위로, 성장, 실용, 감성 등 일곱 가지 효용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의 표현대로 정리하면 이렇다. "세상에 아름다움이 있고 아름다움을 책이 담고 있어서."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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