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연구환경을 효율화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연구 업무 혁신을 주도해가겠습니다."
이상윤 앤트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서울 사무소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설립 7년차인 이 회사는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AI 연구 비서 ‘랩노트 스칼라(Labnote Scholar)’를 개발해 보급 중이다. 본사는 대전에 있다. 비효율적인 연구 데이터 관리와 워크플로우를 개선해 문서 업무에 시달리는 전세계 연구원들이 연구 실험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앤트는 LG생활건강, LG사이언스파크, 서울아산병원, 지멘스헬시니어스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테스트용으로 한번 써본 고객의 대다수가 유료고객으로 전환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이 대표는 인문학과 공학 분야를 두루 공부한 융합형 인재다.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했다. 그리고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를 전공했다. 홍 CTO는 머신러닝을 전공했고, 최 수석연구원은 신소재 연구를 하다고 IT연구실로 온 케이스다.
앤트의 사업 아이템은 창업멤버 세 사람의 경험의 산물이다. 이들은 모두 연구실에서 지내면서 연구 자료와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애를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최 수석연구원의 경우 필요한 자료를 노트 더미 속에서 어렵사리 찾았지만 손글씨를 알아볼 수 없어 퇴사한 선배에게 전화해서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도 결국 재현에는 실패했다. 이 대표는 "IT 분야는 데이터 관리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되는 환경이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인 환경에 놓여있는 바이오·나노·화학 연구 환경에서 기회를 봤다"고 했다.
앤트는 10년 뒤에도 지금 같은 환경에서 연구가 이뤄질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답은 명확했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데 세 사람이 모두 동의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 연구 환경을 변화시킬 표준 툴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10년 내에 꼭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우리가 바로 그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보자는 각오로 창업했다"고 했다.
앤트는 2020년 8월 설립됐다. KAIST 창업경진대회에서 세 명의 창업멤버가 낸 창업아이디어를 눈여겨봐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매쉬업벤처스가 시드 투자를 했다.
연구 자료를 찾는 시간도 간단치 않다.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고하는 논문이나 특허 자료는 최소 20편, 많게는 100편을 웃돌기도 한다. 이 대표는 "논문을 찾는데, 또 찾은 논문 내용을 숙지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논문 10편을 찾고 내용을 파악하는데만 평균 212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연구 기록이 데이터로 제대로 쌓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트를 통일된 기준으로 수집하고 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서다. 수기 또는 워드, 엑셀로 작성된 연구 데이터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데이터가 유실된 경우도 있고, 과거 연구기록을 찾기도 어렵다. 이 대표는 "외부 논문이나 특허 보다 더 중요한 게 기업 내부의 연구 데이터"라며 "이런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간 기술이전 등의 협상 때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연구 현장의 비효율성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연구개발용 데이터 관리와 워크플로우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분야 글로벌 1위인 미국 벤치링은 화이자 등 빅파마와 바이오텍 등 1200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4월에는 독일 지멘스가 51억 달러에 도트매틱스를 인수했다. 연구개발용 데이터 관리 및 워크플로우 소프트웨어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랩노트 스칼라는 연구원이 연구와 실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문서 작성, 데이터 검색, 자료 검토 등 실험 외 업무를 보조해주는 연구 비서다. 먼저 업로드한 연구·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노트, 보고서, 회의 자료 등 각종 문서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해준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듯이 업무 지시를 하면 되기 때문에 연구원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챗GPT 등 기존 생성형 인공지능이 갖는 환각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장점이다. 필요한 외부 자료와 내부 연구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해주면서도 출처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챗GPT는 문서 링크만 제공하지만 랩노트 스칼라는 문서 인용부분을 정확히 보여준다. 인용한 논문의 해당 페이지를 이미지로 보여주고 인용한 부분을 표시해준다. 이 대표는 "연구 검색은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확한 출처는 물론 인용 논문의 참고 부분을 확인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랩노트 스칼라는 데이터 리뷰에 소요되는 시간도 크게 줄여준다. 자료 데이터를 보기 쉽게 요약해주고 주의점도 알려준다. 이 대표는 "비정상적인 수치가 포함돼 있을 경우 이를 찾아내서 별도 표시를 해주기 때문에 쉽게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며 "데이터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리뷰 업무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고 했다.
앤트에 따르면 랩노트 스칼라의 사용한 경우 연구 실험 외 업무시간이 40% 줄어들었다. 문서 작업 시간 비중이 도입 전 63.6%에서 도입 후 38.2%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연구실험 시간 비중은 26.4%에서 55.8%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랩노트 스칼라는 연구원의 연구 실험 외 업무시간을 40% 단축시켜주고 연구 실험 시간을 2배 이상 확보해주는 효과를 냈다"고 했다.
랩노트 스칼라를 사용하면 데이터나 보고서 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데이터 확인과 보고서 초안 작성에 1분 정도 걸린다. 초안 검토에 10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10~15분 만에 보고서 초안을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보고서 초안 작성에만 최소 2시간이 걸리는 업무를 랩노트 스칼라가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얘기다.
앤트는 랩노트 스칼라가 연구실 풍경을 확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서 허드렛일에서 해방된 연구원들이 연구 기획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연구원 한 명이 랩노트 스칼라의 도움을 받으면 2~3명이 하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며 "실험 횟수를 그만큼 더 늘릴 수 있어 목표 도달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생건은 화장품 연구에 필수적인 화학, 바이오 실험을 위한 연구 논문 등을 구조화하기 위해 랩노트 스칼라를 도입했다. 신규 프로젝트 주제 탐색, 연구 방향성과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활용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항암유효성평가센터는 연구 기록, 데이터 및 문서 통합 등을 위해 앤트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마우스 무게, 종양 크기, 약물 투여량 측정 및 데이터를 기록한 뒤 실험군 분리, 실험결과값 통계, 표 정리, 그래프 작성, 결과 보고서 등 문서작업을 하는데 2~5시간 걸렸지만 랩노트 스칼라를 쓰면서 이 시간을 10~30분으로 단축했다. 이 대표는 "이런 효과를 거두면서 서울아산병원 내 다른 연구실들도 랩노트 스칼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앤트는 국내 유수의 바이오, 화학, 배터리, 소재 분야 대기업들과도 협의 중이다. 이 대표는 "랩노트 스칼라를 사용해본 곳 가운데 93.3%가 유료 고객으로 가입할 만큼 호평받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 랩노트 스칼라를 우선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앤트가 국내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건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 랩노트 스칼라를 보급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클라우드 기반의 SaaS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며 "이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앤트는 랩노트 스칼라 고객인 지멘스헬시니어스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의료기기를 통해 얻는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리포트까지 자동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지멘스가 보유한 3000~4000개의 해외 병원으로도 확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는 주주인 디엔엑스벤처스의 도움을 받아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디엔엑스벤처스는 일본 바이오·화학·제조 분야 기업들을 파트너사로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SaaS 총판 회사에도 투자해온 일본 벤처캐피털이다.
미국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앤트는 버클리대, 스탠포드대 등 미국 대학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랩노트 스칼라에 대한 사용 피드백을 받으면서 시장 반응을 점검 중이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는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스스로 시스템을 셋업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 SaaS 제품이 나오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중소기업 시장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랩노트 스칼라의 셋업 최적화, 자동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구좌당 과금하는 해외 경쟁사와 달리 랩노트 스칼라는 사용량으로 과금하는 방식이어서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는 2029년 매출 450억원, 영업이익 247억원을 실적 목표로 잡았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해마다 2배 이상씩 성장하면서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앤트는 창업과 동시에 시드 투자를 받는 등 국내외 투자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트롱벤처스, 일본 디엔엑스벤처스 등 해외 벤처캐피털이 이 회사의 주주다.
앤트는 개발, 기획, 세일즈 등으로 조직을 나누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다. 연구자가 직접 고객사를 상대로 영업하고 솔루션 구축 작업까지 맡는다. 일선 연구 현장의 연구원들과 소통하면서 제품을 서비스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일선 연구원들을 보조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맡은 직원들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앤트의 장기 목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달성이다. 이 대표는 "약 6조원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해 연매출 6000억원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