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시스템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계열사 겸직 체제'를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19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 5명의 계열사 겸직 해제 및 책임경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노조는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직을 겸직하는 구조가 한화시스템의 독립적 경영 판단을 훼손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대표이사와 지원실장 등 핵심 임원 4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을 겸하고 있고, 주요 사업 책임자 다수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후 해외출장 처우의 일방적 축소, 구미사업장 식사 규정 변경, 복리후생 하향 시도 등이 잇따랐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특히 노조는 2020년 이후 약 4000억원 이상이 투자된 무인기 사업과 핵심 인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관된 반면, 에어로스페이스가 무리하게 추진하던 레이저 사업은 한화시스템이 떠안게 된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결정이 과연 한화시스템의 이익을 고려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또한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레이더 개발에 평생을 헌신한 임원이 해양연구소장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발사대 개발 경력을 가진 임원이 지휘통제·통신(C5ISR) 분야를 총괄하는 등 사업 특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인사가 겸직 경영진의 한화시스템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겸직 경영 체제 이후 경영 성과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주장도 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시스템의 연간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약 30% 수준에 그쳤으며, 이는 겸직 임원들의 무관심과 무리한 수주 전략이 초래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신규 인력 채용 제한으로 방위사업청 제안서 평가에서 가점을 받지 못해 탈락한 사례, 과도한 영업이익률 기준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 실패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2024년 방산부문이 매출 약 2조1000억 원, 영업이익 1800억 원, 영업이익률 8.1%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기본급 기준 2.7% 인상안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같은 기간 김승연 회장의 연봉은 전년 대비 20% 인상된 43억 원을 넘어섰고, 주요 경쟁사들은 6% 이상의 임금인상과 일시금을 제시하고 있다"며, 현재의 임금 정책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의 겸직 중단, 겸직으로 인한 경영 부실 책임 규명, 합리적 임금 인상, 투명한 경영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노사협의 재개를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오는 24일까지 성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한화시스템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시스템 측은 경영진 겸직이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은 "상법 제397조 제1항에 따라 이사 겸직은 이사회 승인 등 법적 절차를 거칠 경우 가능하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서 손재일 대표이사의 한화시스템 대표이사 겸직을 승인했고, 한화시스템 역시 주주총회를 통해 손 대표를 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겸직이 상법 위반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방산 분야에서 체계업체와 부체계업체 관계로, 사업 영역이 중복되지 않아 경쟁이나 이해상충 우려가 없다"며 "양사 간 거래가 있을 경우에도 관련 상법 규정에 따라 손 대표는 각 사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이사 선임 이후 K방산 수출이 확대되는 등 양사 간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화시스템의 이익이 침해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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