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사진)이 2심에선 징역 2년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의 일부를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월 1심 법원은 조 회장에게 일부 배임 혐의에 징역 6개월,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을 나눠 선고했다. 범행이 이뤄진 시기를 2020년 11월 확정된 배임수재죄 관련 확정 판결 이전과 이후로 분리하면서다.
2심 법원은 징역 6개월 부분에 대해선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2년 6개월 부분에선 50억원 규모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보고 1년 6개월로 감경했다.
1심과 판단이 달라진 부분은 조 회장이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혐의였다. 당시 리한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충분한 담보 없이 거액의 자금을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1심은 “자금 대여 당시 리한의 재무 상태와 채무 변제 능력이 매우 좋지 못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대여를 지시했다”며 조 회장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담보로 제공된 우선매수권의 담보 가치가 낮아 적정한 채권 회수 조치라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심은 “담보의 성질이나 내용, 법적 위험 여부 등 만으로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 회수 조치가 아니라 단정할 수 없다”면서 판단을 달리했다. 조 회장이 자금 대여로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데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결정이었던 점 등을 들어 경영상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결론이다.
조 회장이 계열사 임원 박모씨와 공모해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리스하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총수 일가에 소속된 경영자가 회사 자금을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전형적인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젊은 경영자인데, 과거 재벌 총수들에게서 보이던 도덕적 해이와 시대착오적 사고를 유지하며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배반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한 동시에 한국앤타이어그룹의 평판을 스스로 해쳤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에 대해선 1, 2심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MKT는 한국타이어와 조 회장, 그의 형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될 여지는 있으나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수직계열화에 따른 경영상 효과가 나타났다면 경영상 판단으로 배임죄를 부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총수 일가가 막강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해 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은 뒤 “경영 공백 위험 등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회사 재산을 노골적으로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경영자를 일선에 복귀시키는 건 기업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기업 문화 개선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실형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약 2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중 131억원이 1심에서, 50억원이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인정된 액수는 약 19억원이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1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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