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통상적인 인사 관행을 거스르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폭증한 인사 검증 수요가 해소되지 못한 탓에 산하기관 인사가 줄줄이 밀리면서다. 대통령실 및 관할 부처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 임원 인사 대신 부서장 인사가 먼저 단행되는 ‘거꾸로 인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2일 발표된 금융감독원 인사가 대표적이다.금감원은 이날 부서장(국장)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부원장, 부원장보 등 임원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다. 금감원장 추천을 받아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부원장 인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부원장보는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금감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구조지만 윗물이 막혀 있다 보니 도미노 체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인사 스케줄로 이른바 ‘에이스 국장’은 난데없이 대기 발령자 신세가 됐다. 이날 승진·전보 인사로 본인 자리를 내주고 ‘임원 대기’ 상태로 상당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최종 재가가 떨어져야 인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별도 공간에 승진 대상자를 배치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거꾸로 인사를 단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산은 2인자로 불리는 수석부행장 인사 검증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수석부행장은 산은 회장이 제청하고 금융위가 임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최종 인사 검증은 대통령실을 거쳐야 한다.
산은은 24일 부행장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까지 금융위에서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으면 수석부행장 없이 부행장부터 채워야 하는 비정상적 인사가 벌어진다.
금융 공공기관 곳곳에선 “기관마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 수장 임기가 만료된 채 후임자 인사가 지연돼 유야무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공공기관도 허다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년이라는 짧은 국정 운영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최대한 성과를 내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했다. 각 조직이 최대한 성과를 내려면 순리대로 인사해야 한다. 검증 인력이 부족하다면 인사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을 더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각종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인사 실패와 지연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냉혹할 수밖에 없다. 보다 정상적이고, 속도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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