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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 생중계, 투명성 높였지만…李 지시에 '즉석 정책 결정' 우려도

입력 2025-12-22 18:01   수정 2025-12-23 01:29


이재명 대통령의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23일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종료된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보안 사항을 제외한 모든 보고를 사상 처음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공직사회에 긴장을 불어넣는 긍정 효과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생중계 업무보고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특히 이 대통령이 ‘툭’ 던진 말 한마디로 사회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굵직한 정책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잘러’ 면모 제대로 보여줘”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19일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까지 6일간 업무보고를 받았다. 23일 해수부 보고를 받으면 업무보고 일정은 마무리된다.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가 비공개해 온 대통령 업무보고를 처음으로 생중계했다. 민감한 외교·안보 사항을 제외한 모든 보고 내용이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과 부처 장·차관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장과의 질의응답까지 총 1682분이 생중계됐다.

여권은 업무보고 생중계로 이 대통령의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면모가 부각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부처 장관들이 섣불리 제시하지 못하던 정책을 대통령이 책임지고 제안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현실성 떨어지는 민간기업 참여 형태의 새만금 개발 사업 재검토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지역 민심 눈치를 보느라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이 대통령이 “희망고문 아니냐”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디테일 정치가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그 어느 대통령이 이 대통령처럼 세세한 부분을 챙길 수 있겠나”라며 “국민이 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보면서 과거 대통령과 비교를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대통령이 저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모습 자체가 공직자를 긴장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사실”이라며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李 한마디에…“톱다운, 능사 아냐”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부처 간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정책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시해 향후 입안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업무보고는 부처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대통령이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련 부처들이 서로 협의하고 다시 보고한 뒤 발표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 업무보고는 이 대통령의 모든 지시가 생중계돼 공개 기록으로 남았다. 그중 일부는 경제·사회 분야 파급력이 막대한 사안이다. 지난 12일 우주항공청 업무보고에서 윤영빈 청장이 “누리호 5·6차 발사 예산은 확보됐지만 2029~2032년 발사 계획이 비어 있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빨리 발사 계획을 확정하는 게 좋겠다며 “그럼 그냥 지금 하는 걸로 확정할까요. 그럽시다”라고 했다. 누리호 발사 회당 소요 예산은 약 1200억원이다.

건강보험공단 업무보고에서는 불법 의료기관 운영으로 인한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며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지정을 하면 되죠?”라며 옆자리에 있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저기는 해결해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단은 민간기관 성격이라 (의료계에서) 특사경 부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논란 가능성을 보고했지만 이 대통령 지시로 현장에서 결정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개인정보 반복 유출 기업의 과징금 한도가 ‘3년 평균 매출의 3%’라는 보고에 이 대통령은 “3년 평균이 아니라 가장 높은 매출 기준으로 3%를 부과하는 걸로 시행령을 일단 고치라”고 지시했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대통령 지시 사항이니 일단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방향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이광식/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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