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환을 ‘비용’이 아니라 ‘기회’로 바라보는 이런 시각이 최근 전 세계 리더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김성환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기후부의 탄생 배경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녹색 전환을 규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새 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을 양대 축으로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기후부 출범 후 80일이 지났습니다.“처음에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파트를 합치는 게 이질적인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탈탄소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녹색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시작하자마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웠는데,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비교적 동의를 많이 해주셔서 시작은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후부의 내년 주요 과제는 뭔가요.
“탈탄소화를 하면서 대한민국 녹색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탈탄소 녹색 혁명의 전환기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주도권을 잡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인공지능 대전환과 녹색 전환을 양 축으로 산업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문화적 역량까지 결합한다면 세계 문명의 전환을 모범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 한 축인 GX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잘하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내년 초에 종합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업들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까요. 녹색 전환 과정에서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면 그 계단과 주춧돌을 놓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특히 에너지 전환 기술과 관련해 저가의 중국산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도 필요합니다. 기획재정부 몫이긴 하지만 저희가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아마 올해 안에는 기재부가 의미 있는 결정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의 녹색 전환을 지원하는 마중물로서 전환금융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환금융은 기존 녹색금융을 한 단계 확장한 개념입니다. ‘한국형 택소노미’(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기준 체계) 역시 단순한 분류 체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금융권 전체가 함께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어요. 정책금융이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 금융이 이를 확산해야 합니다.”
▷지난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 산업계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런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기요금 정책은 산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한국전력 적자와 요금 인상은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국제 연료비가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 개선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발전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병행해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필연적으로 지금은 기후위기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빨리 줄여야 됩니다. 이상적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만으로 발전을 해서 발전 과정에 탄소 배출이 하나도 없도록 할 수 있다면 최선이죠. 그러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그런 경로로 가기 위한 최적의 조합을 잘 짜는 게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숙제입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궁합을 맞추는 것, 서로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죠.”
▷두 에너지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둘 다 매우 경직적인 에너지여서 둘이 만나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요. 최근 들어 원전도 유연성을 높이는 기술 실증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지어질 원전은 유연성까지 감안해 설계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함께 못 갈 에너지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산에너지특구와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목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영호남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비수도권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사실 대한민국 국토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수준인데, ‘판교 밑으로는 안 간다’ ‘평택 밑으로는 안 간다’는 인식이 있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급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건데, 그럼 비수도권에 다른 메리트라도 있어야 유인 효과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에는 좋은 인력이 많으니 현재 전기요금을 (그대로) 쓰고, 지방은 전기료라도 좀 싸게 해야 전력 다소비 기업을 중심으로 비수도권으로 내려갈 유인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차등화하는 게 적절할지 등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과 관련해 업계와 간담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석유화학과 철강처럼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은 완전한 탈탄소가 될 때까지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매립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포스코는 고로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슬래그와 결합해 탄산칼슘으로 전환하는 기술 실증을 상당 부분 진행했고, GS칼텍스도 폐자원을 활용한 탄소 감축 기술을 검증해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도 CCUS를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김성환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내며 국정 운영 경험을 쌓았다. 이후 민선 5, 6기 노원구청장을 맡아 도시·주거·환경 정책을 현장에서 이끌었다. 2018년 20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제21, 22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1965년 전남 여수 출생
△한성고 △연세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도시학 석사)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민선 5·6기 노원구청장
△제20·21·22대 국회의원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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