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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대표 "AI 한다면 다 되는 시대 끝…대체 불가 엣지 기술에 투자 몰릴 것"

입력 2025-12-23 15:51   수정 2025-12-23 15:53

“내년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을 철저히 가려내는 해가 될 것입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빅테크 중심의 범용 AI에 자금이 몰렸지만, 내년부터는 투자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벤처투자 규모는 약 2050억달러(약 303조원)에 달한다. 2024년 AI에 몰린 투자액(1100억달러)과 비슷한 금액(1040억달러)이 올 상반기에 투입됐다.

박 대표는 “투자 총량만 보면 벤처 투자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전히 차갑다”며 “올해는 회복이라기보다 AI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인 쏠림과 양극화가 동시에 나타난 해”라고 진단했다.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와 검증된 AI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실험적 시도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다음 국면의 키워드로 ‘AI 투자 세분화’를 제시했다. 그는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이미 치킨게임 단계에 들어섰다”며 “앞으로 AI 경쟁력은 법률·의료·제조처럼 좁지만 깊은 전문 영역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오픈AI나 구글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전략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제조 경쟁력과 산업 데이터, 도메인 노하우를 결합한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산업 AI가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가 물리 세계로 진입하는 흐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센서·구동·제어·소재 전반에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AI가 로봇의 두뇌가 되는 단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물리적 정밀도와 안정성을 함께 구현하는 하드웨어·시스템 통합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AI의 발전이 오히려 전통 제조 기술과 공정 역량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바이오·헬스케어 역시 구조적 성장 영역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AI가 인간의 판단과 노동을 대체할수록 사람들은 건강과 생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의료·바이오 분야는 AI 기술이 성숙할수록 적용 범위와 시장 규모가 함께 커지는 대표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정밀 의료, 만성질환 관리 등은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투자 사이클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AI를 한다’는 말 자체는 더 이상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AI가 더 강해질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기술인지, 아니면 AI가 발전하면 바로 대체되는 영역인지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효율화, 온디바이스 AI, 산업 특화 데이터처럼 AI 연산력이 커질수록 가치가 커지는 ‘엣지 기술’이 투자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LB인베스트먼트의 오랜 투자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1996년 설립된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9년간 국내외 스타트업 500여 곳에 투자해온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이다. 포트폴리오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유망 기업을 선별해 초기부터 후속 투자까지 깊게 관여하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최근 몇년 동안에도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딥테크에 배분하며 AI,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집중해왔다. 올해 LB인베스트먼트가 집중 투자한 8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4곳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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