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과체중 승객'의 비행기 좌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만석 항공편에서 옆 좌석을 침범당했다는 승객의 호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가운데, 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내년부터 과체중 승객에게 추가 좌석 구매를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논쟁은 제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피플지 등 외신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11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작성자는 "만석인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승객의 덩치가 너무 커 팔걸이를 올린 채 내 좌석을 침범하고 있다"며 "창가 쪽에 짓눌려 앉아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좌석이 좁아 무릎을 맞대고 앉아 있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해당 게시물은 1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산됐다. 댓글에는 "과체중 승객은 좌석 두 개를 구매해야 한다", "저가 항공사를 타면서 넓은 좌석을 기대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과 함께 "항공사 좌석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좁다", "개인의 몸을 문제 삼는 건 차별"이라는 반론도 맞섰다. 문제가 된 항공편은 아메리칸항공 소속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논쟁은 앞서 SNS를 통해 여러 차례 촉발돼 왔다. 최근 미국 힙합 그룹 프리티 리키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과체중 남성 승객이 비행기 좌석에 힘겹게 앉아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프리티 리키는 "좌석 하나보다 큰 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며 "옆에 앉은 승객들도 고통을 겪는다. 항공사들이 과체중 승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었다.
게시물에는 2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두 좌석을 차지하면 두 좌석 요금을 내는 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반려동물 탑승을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는 사례를 들며 형평성을 주장하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3시간 넘는 비행 동안 옆 승객과 계속 붙어 있어야 한다", "복도를 침범하는 경우도 문제"라는 불편 호소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내달 27일부터 팔걸이에 맞지 않는 이른바 '플러스 사이즈 승객'에게 추가 좌석 구매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전 구매를 하지 않은 경우 공항에서 반드시 추가 좌석을 구매해야 하며, 해당 항공편이 만석일 경우 다른 항공편으로 재예약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0년 이상 팔걸이를 기준으로 옆 좌석을 침범하는 과체중 승객에게 추가 좌석을 무료로 제공해 왔다. 승객이 좌석 두 개를 먼저 예매한 뒤 비행이 끝나면 한 좌석 요금을 환불받는 방식이다.
사전 예매를 못 했을 경우에도 출발 전 직원에게 요청하면 좌석을 조정해 두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책 역시 "공존을 위한 배려"라는 평가와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타이그리스 오스본 미국 비만인 인권단체 NAAFA 전무이사는 "과체중 승객의 접근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사우스웨스트항공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행 인플루언서 제일린 채니는 과체중 승객이 항공기에서 겪는 차별을 꾸준히 알린 인물이다. 그는 고도비만이라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했다며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채니는 "나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좌석에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운영해온 정책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보다 급진적인 방식도 등장했다. 남태평양 노선을 운항하는 사모아항공은 2013년부터 좌석이 아닌 체중(kg) 기준으로 항공료를 책정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항공, 핀란드 핀에어, 카타르항공, 뉴질랜드항공 등 일부 항공사도 안전과 연료 계산을 이유로 승객 체중을 측정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역시 승객 체중을 측정하고 있지만, 과체중 승객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 기준'에 따라 항공사는 최소 5년 주기 또는 필요 시 승객 표준체중을 측정해 평균값을 산출해야 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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