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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시행령…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끝났다

입력 2025-12-23 14:43  



노동조합법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2026. 3. 10.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 즉,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되,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과정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교섭권의 범위,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조건, 이해관계 등에서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간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입법예고에 대해서는 경영계에서 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요소까지 규정함으로써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간 교섭창구단일화를 원칙으로 전제하는 구조 자체가 하청노조의 교섭요구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노조법 시행령안이 갖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i>#20일 안에 '실질적 지배력' 판단?</i>

현행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요구를 받고도 이를 공고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공고한 경우,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결정해야 한다(시행령 제14조의3 제3항).

그런데 시행령안은,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단(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 확대)에 해당하는 사용자에 대한 교섭요구와 관련된 시정신청의 경우, 노동위원회의 결정기간을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하여 최대 20일까지로 늘렸다(시행령 안 제14조의3 제3항).

문제는 실질적 지배력의 존부를 판단하는 데 20일이라는 기간 자체가 현실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가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사용자가 확대되는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절차가 바로 교섭요구 공고와 관련한 시정조치인데, 실질적 지배력을 20일 안에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질적 지배력의 존부를 판단하려면 △원청의 업무지휘·감독 명령 여부 △원·하청 근로자의 공동작업 여부 △근무관리 주체 △업무 내용·일정·순서의 결정권 소재 △협력업체의 독자적 결정권 유무 등 다수의 판단 요소에 대한 개별적·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현장 직권조사와 방대한 자료 분석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한 기존 사례에서도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었고, 일본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아사히방송 사건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만 약 4년 9개월이 걸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시행령안의 결정기간 연장은 절차적 정합성을 확보하기보다는 형식적 대응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실질적 지배력 판단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섭절차를 강행할 때 발생하는 사용자 측의 형사처벌 리스크(부당노동행위)를 고려할 때, 더욱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i>#교섭단위 분리 기준의 적용 범위 문제</i>

시행령안은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제14조의11 제3항). 그러나 이 규정은 문언상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사용자로 확장된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된다는 취지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해당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원청·하청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 교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해석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개정법에 따라 새롭게 규정된 사용자와의 교섭 절차를 보완한다”는 시행령 제정 취지와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기본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


<i>#위임입법 한계 넘어 ‘주관적 요소’까지 도입</i>

시행령안은 교섭단위 분리 또는 통합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면서, 특히 제14조의11 제3항 제4호에서 노조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판단 요소들을 다수 도입하였다. 여기에는 △ 근로자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 통일적 근로조건 형성의 필요성, △ 안정적 교섭체계 구축 가능성, △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장했을 뿐,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자체에 대한 입법적 변경은 전혀 하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 체계상 교섭창구단일화는 원칙이고, 교섭단위 분리는 예외이다. 특히 고용노동부 역시 과거 복수노조 업무매뉴얼에서 교섭단위 분리 판단 시 “주관적 요소는 배제한다”고 명시해 왔다. 이번 신설하는 시행령 안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교섭단위 분리 기준으로 포함한 것은 과거 매뉴얼과도 상충한다. 그럼에도 시행령안이 ‘당사자의 의사’와 같은 주관적 요소를 독립적인 판단 기준으로 도입한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날 소지가 있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한 핵심 논거가 ‘복수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행사를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현장의 혼란과 교섭비용 증가를 방지하고 교섭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점이다(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그런데 노조법 시행령 안과 같이 ‘갈등 유발 가능성’이나 ‘당사자의 의사’를 분리의 독립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되면,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원칙을 사실상 당사자의 선택 사항으로 격하시켜 해당 제도를 사멸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i>#단체교섭 요구시 의제 기재 규정도 없어</i>

시행령안에는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사항도 있다. 현행 시행령은 교섭요구 시 노동조합 명칭, 조합원 수 등 일정 사항을 서면으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 지배력 판단이 ‘교섭의제별’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교섭의제를 명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시행령안은 이 부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절차 혼선과 분쟁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기업들은 제도의 취지보다 그 이후에 전개될 불확실성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통해 사용자 범위를 입법으로 확장해 놓았지만, 그에 수반되는 교섭 구조, 책임 범위, 절차적 안정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과 노동조합 모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일방의 논리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시행령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 환경 속에서도 노사 모두가 감당 가능한 질서를 만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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