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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근무는 포상"이라는 대통령…'수영장' 딸린 집의 현실은

입력 2025-12-23 13:09   수정 2025-12-23 13:26


"수영장 때문에 참 곤혹스럽습니다"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전 만난 한 공공기관 인사가 한 말이다. 이 기관이 해외 투자 업무를 위해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는데,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사택에 딸린 수영장이 단골 공격소재가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 실리콘밸리에 와보니 수영장 없는 집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곳에서 수영장은 부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결과물에 가깝다. 테크업계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하나 둘 자신의 자택에 풀장을 갖기 시작하자 이것이 유행처럼 번져 풀장이 없으면 집값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은지 수십년 돼 벌레가 나오는 허름한 집에도 수영장이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일화를 떠올리게 된건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부 업무보고를 보면서다. 이 대통령은 재외공관 관련 질문을 하면서 "대사·영사관에 나와있는 직원 중 외교부가 아닌 타 부처 직원들이 포상 비슷한 의미로 와 있는 경우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재외공관 가서 1년 정도 푹 쉬면 좋겠다. 간 김에 애들 학교라도 보내면 좋겠다'는 사람도 꽤 있죠"라고 물었다.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본 모습은 이런 평가와 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파견된 부처 공무원들은 현지 기술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우리 스타트업들의 현지 안착을 돕느라 분초를 다툰다. 글로벌 핵심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헤드헌터’ 역할까지 이들의 몫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오픈AI가 샌프란시스코에서 30여개국 영사를 대상으로 비공개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은 영사가 아닌 과학기술담당관을 보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패권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실무자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외교를 강화하는 추세다. 기술이 곧 안보이며, 그 규칙을 설정하는 데 참여해야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절박함의 발로이다. 프랑스는 미국에 과학기술국이라는 독자 네트워크를 두고 20여 명의 요원이 핵심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영국은 기술 특사와 과학기술주재관을 따로 두고 있고, 덴마크는 2019년부터 기술 대사가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외교 담당자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DC에 단 두명 뿐이다.

해외 파견 공무원들이 '호화 근무'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재외공관 근무 환경을 특혜로 규정하는 프레임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포상과 휴가로 생각하기에 실리콘밸리의 과학기술 외교 현장은 너무 치열하다. 일부 공무원의 일탈을 바로잡는 지적이 과학기술 외교라는 국가 전략의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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