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K-콘텐츠의 흥행은 이제 화면 밖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국립중앙박물관 오픈런으로 이어졌다. 한국 문화가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사고 소유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에서는 K-콘텐츠가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 글로벌 소비와 생활 양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 해외사업 차장, 이상윤 KOTRA 한류 PM이 참석해 K-콘텐츠가 전 세계 MZ세대의 소비 습관에 미친 파급력을 짚었다.

이날 논의의 중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브랜드 '뮷즈(MU:DS)'가 있었다. 박물관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지는 현상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고, 뮷즈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306억 원을 기록했다.
이승은 차장은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16년째 근무 중인데, 박물관 문 열기 전 새벽 4시 반에 와서 뮷즈를 사려고 기다리는 분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더 인상적인 건 대기 줄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었고, 모두가 '케데헌'에 나오는 호랑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차장은 "'케데헌' 공개 시점에 맞춰 뮷즈 매출이 100% 이상 뛰었고, 12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은 360억 원을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400억 원 돌파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7월 공개 이후 반짝 인기에 그쳤다면 매출은 내려갔어야 하는데, 연말까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내부적으로도 가장 괄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뮷즈의 주력 상품은 볼펜, 키링, 소주잔 등 중저가 생활소비재다. 이 차장은 "1만~2만 원짜리 상품을 얼마나 팔아야 400억 원 매출이 나오겠느냐"며 "이 수치는 단순한 기념품 소비를 넘어선 문화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라고 말했다.
뮷즈 인기의 핵심은 유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과 위트를 더해 현대인의 생활용품으로 풀어낸 점이다. 대표 사례가 '평양감사향연도'를 모티브로 한 온도 반응 소주잔이다.
이 차장은 "유물에 서사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박물관으로 MZ세대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기존에 '고루하다'는 이미지였던 박물관이 위트를 더하자 젊어지고 대중화됐다. 이 지점이 뮷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주잔은 출시 직후 품절 사태를 빚었다.
박물관 측은 내부 디자인팀이 기획·디자인·생산 전 과정에 관여해 브랜드의 톤과 품질을 유지하고, 외부 공방과 중소업체는 공모 방식으로 참여시켜 다양성과 완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와 높은 품질을 동시에 잡았다는 설명이다.
K-콘텐츠와의 시너지 효과도 뮷즈 인기를 키운 결정적 요인이다.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에 등장한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를 실제로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굿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박물관 측은 "콘텐츠 소비가 공간 방문과 상품 구매로 확장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한다.
박물관 굿즈를 넘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뮷즈. K-콘텐츠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박물관이 축적해 온 유산,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품질 전략이 맞물리며 꾸준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차장은 "내년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는 밀라노 동계올림픽 코리아 하우스에서 K 콘텐츠 대표로 소개될 예정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국립 박물관과 협업도 한다. 특히 내년부터 박물관 콘텐츠에만 국한하지 않고 K콘텐츠와의 접점을 찾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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