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휴부지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심 고밀 개발 수요 확대와 도시재생 관련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다.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사례는 이런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시가 민간이 제출한 개발안을 놓고 사전 협상에 착수하자 해당 자산의 2대주주인 천일고속 주가는 연중 저점 대비 1369.5%(52주 최고가 기준) 치솟았다. 롯데칠성도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4만3000㎡ 규모 서초 부지를 고밀 복합업무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림산업이 추진 중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약 8만3000㎡ 부지에 총사업비 6조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달 28일 시행한 프로젝트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제도가 있다. 프로젝트리츠는 토지 확보부터 개발과 준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법인이다. 기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의 큰 차이는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리츠에 토지 등 현물을 출자하면 양도소득세 납부를 주식 처분 때까지 미룰 수 있는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프로젝트리츠 제도는 한국 개발금융의 두 번째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 부동산 개발이 ‘지어서 빠르게 팔고 회수하는’ 속도의 금융이었다면 이제는 ‘보유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축적하는’ 지속의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유휴부지도 더 이상 장부에 머무는 자산이 아니다. 개발 가시성을 확보하는 순간 시장은 이를 미래 현금 흐름으로 평가할 것이다. 프로젝트리츠는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업 유휴부지의 가치를 깨우는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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