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코스털버지니아 해상풍력’을 포함해 동부 연안에서 추진 중이던 주요 해상풍력 사업에 대해 해상 부지 임대를 중단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 다섯 곳이 전부 멈춰 서자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해상풍력 죽이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스털버지니아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 앞바다 ‘바인야드 윈드 1’, 로드아일랜드 인근 ‘레볼루션 윈드’, 뉴잉글랜드 지역 ‘선라이즈 윈드’ 등 해상풍력 프로젝트 다섯 곳에 연방 정부 차원의 임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국가안보 우려를 지목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국방부 판단을 인용해 해상풍력 터빈의 회전 날개와 고반사 타워 구조물이 군 레이더를 교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화면에 잡음이 발생해 이동 표적을 가리거나 가짜 표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조치에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풍력·태양광을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이 취약한 에너지원으로 보고, 원자력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선호해왔다.
해상풍력은 연방 정부 소유 해역에 터빈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해상 부지 임대가 필수적이다. 해당 임대는 단순한 공간 사용 허가가 아니라 터빈 설치 해저케이블 부설 장비 운반, 유지보수 등 모든 건설과 운영 활동의 법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임대가 중단되면 이미 허가를 받아 공사하고 있더라도 추가 공정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신규 사업 중단’이 아니라 사실상 ‘공사 중단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 해상풍력 산업을 겨냥한 행정부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미국 내 12개 해상풍력 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연방 자금 6억7900만달러(약 1조원)를 철회 또는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받은 것이다. 버검 장관은 이날 “천연가스 가스관 한 개가 이들 5개 프로젝트를 합친 에너지를 공급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에서 상식을 되찾고 안보를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에너지 기업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레볼루션 윈드와 선라이즈 윈드 프로젝트 개발사로 세계 최대 풍력개발사인 덴마크 오스테드 주가는 이날 하루 만에 12% 넘게 급락했다. 코스털버지니아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 중인 도미니언에너지 주가도 하루 새 4% 가까이 하락했다. 엠파이어 윈드 1 건설을 맡고 있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 주가도 1% 떨어졌다.
도미니언에너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코스털버지니아 해상풍력이 미국 국가안보와 전력망 안정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북버지니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으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도미니언에너지는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군사 시설, AI 인프라, 주요 민간 자산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에너지 비용 상승과 수천 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임다연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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