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가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불통의 진앙임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제1 야당 대표는 언제든 여당 지도부와 소통하고 필요하면 대통령과도 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석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밤을 새워 자신의 의견을 토해냈다. 어느 나라 의회에서 이런 장면이 있을까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야당 대표까지 몸을 던진 결연한 반대에도 여당은 필리버스터가 끝나자마자 속전속결로 내란전담재판부법을 의결했다. “기록 세우려고” “슬랩스틱 코미디” “씨알도 안 먹힌다”며 야당 대표의 호소를 폄하하고 희화하는 데 급급했다.
법조계에선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은 사법부 장악이자 사법 파괴”라는 장 대표 주장에 동조하는 견해가 다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외부 인사가 포함된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려던 당초 발의안을 철회했다. 대신 법원 내 기구인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 의결을 통한 재판부 구성안을 통과시켰지만 사법권 독립 침해 논란은 여전하다. 명칭, 구성 방식이 어떻든 국제적으로 불허되고 헌법적 근거가 없는 사실상 특별재판부 설치의 성격이 짙어서다. 특정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재판부 구성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도 유효하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헌법수호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맞는 말이다. 야당 대표가 ‘역사상 최악의 법’으로 규정한 이유, 법조계가 위헌성을 제기하는 배경을 신중히 검토해 대통령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놓을 차례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적 분열과 갈등이 생겨나는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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