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1기 개발실장 A씨가 삼성전자에서 영입한 연구원들에게 내린 지시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D램 기술을 빼내는 과정에서 이들이 첩보작전 수준의 보안은 물론 향후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했음을 보여준다. CXMT의 기술 탈취는 2016년 5월 설립 초기부터 2023년 양산 성공까지 7년간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적으로 실행됐다. 목표는 당시 세계 최초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CXMT 1기 개발실장 A씨(58·삼성 부장 출신)와 투자담당 B씨(57·삼성 연구원 출신) 등은 공모하여 핵심기술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삼성엔 2~3년간 경쟁사 이직 제한 규정이 있는 만큼 CXMT는 위장 비료회사를 차려 이들을 입사시켰다. 이후 1~2년 근무하다가 이직 제한 기간이 끝나면 CXMT로 적을 옮기게 했다.
이들은 공정별로 삼성의 부장, 임원급 핵심 인력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영입에 나섰다. 연봉은 삼성 퇴직 당시의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제시했다. 개발실장급은 최대 30억원까지 받았다. 계약금 성격으로 1년치 연봉을 일시불로 주기도 하고, ‘사인온 보너스’를 몇억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유출된 자료는 D램의 PRP(Process Recipe Plan) 정보였다. 600단계로 구성된 D램 제조공정의 공정명, 설비정보 등이 12장 분량에 담겼다. 김 부장검사는 “반도체는 수율이 핵심인데 그 핵심이 공정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삼성은 종이 유출 탐지 시스템이 강하지 않아 삼성 내부 임직원 노트를 일반 노트처럼 들고 나갈 수 있었다.
검찰은 필체 감정을 통해 J씨를 유출자로 특정했다. J씨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개발 과정에서 CXMT는 SK하이닉스의 D램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까지 협력업체를 통해 추가로 확보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을 빼낸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2024년 1월 A씨에 대한 반도체장비기술 유출사건 수사 중 컴퓨터에서 삼성 자료를 발견하고 직접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만 이뤄진 범행 입증이 관건이었다. 검찰은 중국 현지 직원들의 진술을 청취해 개발과정을 재현했다. 일부 직원이 중국 이메일이 아닌 국내 네이버 이메일을 사용해 단편적인 개발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1심 선고 후 A씨의 교도소 접견 녹취록을 확인해 공범들의 가담 여부를 수사했다. CXMT 자료와 삼성 자료의 일치율이 56.7%에서 98.2%로 급상승한 사실도 확인됐다.
허란/정희원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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