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성현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검사는 23일 브리핑에서 “CXMT가 D램을 양산해 수출·판매한 금액을 바탕으로 산정한 삼성전자의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D램 공정 기술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D램 시장에서 CXMT의 생산 및 수출 물량만큼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져왔을 것이란 의미다. CXMT는 이 기술로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도 나섰다.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들에게 실질적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가핵심기술 유출인데도 형량 수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고 범죄수익 환수도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들이 기술 유출 대가로 수억원 연봉을 여러 해 받지만, 연봉 전액을 범죄수익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법원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선 ‘경제간첩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간첩법 개정안은 외국 기업에 산업·과학 기술을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 행위에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산업 분야 경쟁국인 대만, 중국, 미국도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등 주요 산업 기술 국외 유출 범죄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 행위로 간주해 별도 특별법을 제정한 뒤 처벌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 사범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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