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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꼰대 방지의 기술

입력 2025-12-23 17:40   수정 2025-12-24 00:30

젊은 세대를 훌쩍 넘긴 내가 MZ세대를 이야기해도 될까, 가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다만 이미 ‘꼰대’라 불리는 세대에 속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구청장으로 일하다 보면 수많은 보고서와 통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접한다. 정책을 설계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자료들이다. 그런데 세대 간 소통, 특히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외로 집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아내와 1990년대생 직장인 딸, 그리고 2000년대생 대학생 아들은 내가 꼰대가 되지 않도록 늘 점검표를 들이대는 가장 엄격한 평가단이다.

물론 가족들이 늘 내 생각과 일상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딸과 아들은 각자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서 집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올 때는 대개 꽤 중요한 사안인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패션이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며 셔츠를 고민하고 있으면, 딸이 나타나 ‘퍼스널 컬러’라는 낯선 개념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말한다. “아빠 지금 패션, 솔직히 완전 구리다.” 덕분에 이제는 퍼스널 컬러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조금은 알게 됐다.

이런 가감 없는 평가는 때로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경험들이 MZ세대 직원들을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MZ세대에 변화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관점과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소통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의나 간담회 자리에서도 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리더가 좋아. 선택지는 분명히 제시하고, 결정은 리더가 해주면 좋겠어.” 이 말은 MZ세대 직원들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로 대하는 기준이 됐다. 형식적인 소통보다 일의 이유와 방향, 더 나은 방식을 함께 고민하길 원한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태도를 지키려 노력한 덕분인지, 성동구는 신규 공무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구청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SNS 운영에서도 자녀들의 피드백은 매섭다. “아빠 글은 솔직히 노잼이지만, 대신 따뜻하지. 억지로 재미있으려고 해봤자 잘 안될 것 같아.” “이 짤은 아주 재밌었어. 아빠 제법 고수가 됐네.” 이런 평가 덕분에 SNS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통의 기록이 됐다.

MZ세대와 일하는 나의 방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족에게서 듣는 법, 유연해지는 법, 한발 물러서는 법을 배우며 조금씩 쌓아온 결과다. 결국 리더십의 핵심은 세대를 뛰어넘는 감각에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언제나 경청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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