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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 실손 적자…과잉진료·의료쇼핑에 보험료 5년간 46% 올라

입력 2025-12-23 17:27   수정 2025-12-29 16:09

약 3600만 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속에 곪아가고 있다. 3·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1300만 명의 보험료는 내년 각각 16%, 20% 인상된다. 일부 소비자의 ‘의료 쇼핑’이 실손보험 적자를 키우고, 그 결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년 오르는 실손보험료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손보험료 누적 인상률은 46.3%에 달한다. 실손보험료는 2022년 14.2%, 2023년 8.9%, 2024년 1.5%, 2025년 7.5%, 2026년 7.8% 등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올랐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와 보장 내용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A보험사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보험료는 40세 남성 기준 월평균 1만4570원에서 1만7480원으로 20%가량 인상된다. 연간 보험료 부담이 약 3만5000원 늘어나는 셈이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료는 2만3010원(40세 남성 기준)에서 2만6690원으로 16%가량 오른다. 1세대 보험료는 약 3%(5만4270원→5만5900원), 2세대는 약 5%(3만3670원→3만5350원) 올라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종류, 가입자 연령·성별, 보험사별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률) 등에 따라 정확한 인상률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비급여 보험금 지급 눈덩이
3·4세대를 중심으로 실손보험료가 대폭 오르는 것은 손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47.9%를 기록했다. 작년 말(132.4%) 대비 15.5%포인트 급등했다. 4세대는 2021년 출시 후 보험료를 동결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인상하기 시작해 손해율이 높다.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은 9월 말 기준 120.7%로 작년 말(117.0%)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작년(1조6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 적자를 키우는 주범으로 ‘과잉 비급여’가 꼽힌다. 비급여는 도수치료, 비타민 주사 등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치료 항목을 말한다. 진료량, 진료 수가 등을 통제받는 급여와 달리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마음대로 의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
◇ 예견된 정책 실패
실손보험이 ‘적자 늪’에 빠진 건 보험사의 무분별한 상품 개발과 정부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1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적었다. 소비자는 진료비가 많이 나와도 부담이 없다 보니 의료 쇼핑을 남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2009년 2세대 실손보험을 시작으로 상품을 표준화하고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량과 가격에 대해선 아무런 감독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1년이 돼서야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해 비급여 보험료 관련 할인·할증 제도를 도입했다.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간 보험시장에 개입하면서 과잉 진료에 대해 적절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과잉 이용 우려가 큰 도수치료와 방사선 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3개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했다.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건보 본인부담률이 최고 95%로 높아지고 진료비와 급여 기준 등에 대한 감독이 강화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 도수치료 등에 관리급여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남정민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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