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 1은 지난 9월 통화 기록이다. 이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독자분이 계시다면 대단한 분들이다. 보이스 피싱을 피할 분들이다.
< (대화 2) 여보세요? (네 임**입니다) 안녕하세요? 임** 선생님 되시죠? 저는 카드 배송원 박길동입니다. 임** 선생님에게 카드가 발급되어 배송하려고 하는데, 주소가 광진구 광나루길 맞나요?? (카드를 신청한 것이 없는데 무슨 카드인가요?) ##카드*입니다. (##카드 신청한 적이 없는데…,) 아 그럼 고객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카드가 만들어진 것 같은데… >
*카드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이슈가 된 카드사다. 대화 2는 얼마 전 통화 기록이다. 위 대화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한 독자들이 계신다면 정말 훌륭한 분들이다. 대화 1,2는 모두 신용카드 발급을 소재로 걸려 온 휴대폰 통화 내용을 복기한 것이다.

1, 2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보이스 피싱이다. 첫 번째 대화는 보이스 피싱에 오랜 시간 끌려 들어가 고통을 받았던 슬픈 이야기의 서막이다. 두 번째 대화는 거기서 교훈을 얻어 불행한 사태 자체를 원천 차단한 이야기다. 두 번째 대화를 잠시 더 들어 보자.
< (누가 그 카드를 만들었나) 카드 배송원이라 잘 모른다. 카드 회사에 전화해 보시라. (알겠다. 일단 카드를 가져다 달라) 어디로 가면 되냐? (가명- 강중(江中)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장 자리로 가져다 달라)…, 전화 뚝… >
보이스 피싱의 진화를 코칭 관점에서 본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진화다. 경찰관의 말을 빌려본다. "보이스 피싱, 걔네들 못 잡습니다. 피해 보신 것 없으면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당연히 안 잡는 것이 아니고, 못 잡는다는 의미다. ‘못 잡는다’는 의미에 주목해 본다. 보이스 피싱 업계와 관계자들에게 유명 인사인 모양이다. 그들의 단골 손님격이다. 자주 찾는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말도 생기기 전 그 유명한 김미영 팀장도 찾았다. 그리고 보이스 피싱이라는 말을 만들어 준 린짜오밍 역시 찾아왔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캄천이*도 배송원을 통해 나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보이스 피싱 집단을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를 빌린다올해는 벌써 세 번째 찾았다. 카드 발급 수법으로 봐서 보이스 피싱계의 퇴물이 된 김미영 팀장은 아니다. 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린짜오밍도 아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봐서 캄천이의 소행이다. 한 번은 문자로, 두 번은 전화로 찾아 주었다. 첫 번째 문자는 확인이 늦어서 놓쳤고, 세 번째는 두 번째에서 교훈을 얻어 슬기롭게 대응했다.
두 번째 피싱 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속상하지만, 독자들의 현명한 대처를 위해 공개한다. 전화를 받은 다음 순간부터 그들의 촘촘한 시나리오대로 넘어갔다. 늘 사회적 민감도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쉽게 넘어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해 직전에 정신을 차렸다. 뜯긴 건 없다. 다행인지 모르겠다.
수많은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누구나 고객정보 유출의 2차 피해를 걱정한다. 이번 케이스는 이 같은 고객들의 우려를 허점으로 정확하게 노린 것이다. 무심한 듯 던지는 고객정보 유출 피해에 그대로 속고 넘어갔다. 거기서부터가 본게임의 시작이다. 카드사 사고방지팀 직원의 친절함에 또 넘어갔다.
사고방지팀은 금융감독원으로 안내했다. 내가 접했던 공무원 중 가장 친절했다. 고객의 사고방지를 위해 본인이 보증까지 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만든 조사명령서까지 보여줬다. 감옥에 보낸다는 것이 요지였다. 여기서 또 바짝 겁을 먹고 또 흠뻑 넘어갔다. 다음에 만난 공무원은 그 자체가 ‘국가 조직’이라는 검사, 검사는 친절함이 달랐다. ‘검사는 그런 사람일 거야’라는 전형이었다. 고압적인, 명령조인, 그리고 바쁜 톤의 목소리 등이 그랬다. ‘사건 협조’ 전제로 구속하지 않겠다고 봐주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니 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그렇게 또 무장해제 됐다. 그 뒤로 시키는 대로 3일 동안 그들의 각본대로 셀프 감금을 당했다. 너무 자세한 설명은 적절치 않아 생략한다. 이 정도면 독자들의 현명한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다.
‘넘어갔다’는 표현을 여러 번 했다. 이유가 있다. 넘어가는 대신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해 당했다. 정확히는 ‘그러지 못해’가 아니라 ‘그러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아니 왜? 그걸 의심할 틈이 없었다. 독자들께서 ‘바보!’라며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만큼 정교했다. 보이스 피싱의 진화다.
코칭 관점에서 본 보이스 피싱은 이렇다. 주관적인 생각이다. 첫째 그놈들은 ‘초격자’ 전략을 구사한다. 단속하는 법질서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초격자 전략이다. 앞서 이야기한 경찰의 말을 다시 빌려본다. 그놈들 잡을 수가 없다. 경찰에 신고하러 갔을 때 들은 이야기다. 기상천외하다. 그저 속는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똑똑해서 절대 안 넘어갈 거야’ 이런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세계 1등 반도체 산업만큼 보이스 피싱도 초격차다.
두 번째,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사업모델을 개발해 나간다는 점이다. 김미영 팀장 시절엔 대출이 주 대상, 린짜오밍 시대엔 ‘교통사고 입원 수속비’ 등 당장 확인이 어려운 소재가 주를 이뤘다. 지금의 캄천이 시대는 ‘명의도용 우려’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소재가 새로워지고 있다. 보이스 피싱, 그래서 걸러내기 어렵다.
세 번째,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의 심리 분석을 계속한다. 보이스 피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사회문제다. 이런 거다. 마음이 약해서 걸려 오는 전화를 단호하게 못 끊는다. 물어보면 대답한다. 넘어간다. 사람에 대한 이런 연민은 표적이다. 여기에 걸려서 넘어가는 안타까움이 계속 나온다. 왜? 보이스 피싱을 몰라서? 아니다. 심지어 보이스 피싱에 대한 우려도 이용한다. 그러니 안 넘어갈 재간이 없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성공할 때까지, 아니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안타까움을 또 만든다.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확률 싸움의 진정한 승자다. 원가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모수(母數)가 커질수록 성공이란 자수(子數)가 많아진다. 그러니 5천만 국민이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단한 끈기다. 사실 생존이 걸린 문제니,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칭 관점으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잠재력)과 문제해결 역량을 갖고 있는데, 그걸 ‘현실화 시키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보이스 피싱은 끊임없이 그것을 현실화 시키고 있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현실화, 즉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도전 없이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그래서 모수를 키워 성공 숫자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래서 보이스 피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초격차’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찰 말대로 잡을 수 없다. 지금 이대로 면 슬프게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방법은 분명히 있다. 끝까지 잡는다. 대역죄 중벌에 처한다. 없는 것이 아니라, 그걸 해야 할 사람들이 안 할 뿐이다.
그 방법은 ‘역 초격차(逆 超隔差)’ 밖에 없다. 초격차를 뛰어넘는 ‘초초격차(超超隔差)다. 유일한 보이스 피싱 박멸책이다. 그놈이 ‘초격차’로 가면 ‘초초격차(超超隔差)’로 가면 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반드시 있다. 초초격차의 원리다. 그놈들이 셀프 코칭으로 진화하면 셀프 코칭에 전문 코칭을 더해 앞서 가면 된다.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은 ‘역 초격차’를 넘어선 초초격차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에 피해를 보신 많은 선량한 ‘안타까움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당국에는 ‘역초격차’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복수대행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무지개 운수’에게 보이스 피싱을 당하신 분들의 복수를 의뢰한다. 이글이 게재되는 지금 최고의 시청율로 복수중이다. 피해보신 분들의 속시원함을 기대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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