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이 한국의 금융 취약성을 높이는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6·27, 9·7, 10·15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수도권의 상승흐름이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인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하지만 중장기적인 취약성을 평가하는 금융취약성 지수는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났다. 3분기 45.4를 기록해 작년 3분기 말 39.7에 비해 14.4% 높아졌다. 단기적 위험은 적어졌으나, 중장기적 위험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취약성이 높아진 것은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영향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12월 127.4에서 지난 10월 142.5로 11.9%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같은 기간 109.8에서 109.3으로 0.5% 하락했다.
서울의 아파트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43.3%로 지난 2020년 8월 기록한 전고점(43.2%)을 넘어섰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주택 시총 비율은 서울이 3배를 기록한 반면 지방 0.8배로 GRDP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의 금융취약성지수 공식에 따르면 자산가격이 고평가될수록 중장기적 위험이 커진다. 가격이 조정받는 국면에서 금융기관이 함께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방 집값 부진은 단기적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비수도권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가 축소되면 지역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어서다. 특히 대구와 부산의 주택가격 하락률이 고점대비 각각 26.6%, 18.0%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건설사들의 신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의 방향은 수도권 주택시장과 관련된 금융불균형을 중심으로 설정하되 비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해선 미시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월세 비중 확대가 금융안정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전세가 대규모 가계부채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소득 내에서 지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세 가격이 매매시장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금융 안정 요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월세 지출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경우(보증금 10% 전환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주거비 비중은 17.4%에서 21.2%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의 5분의 1을 월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4.0%에서 5.3%로 늘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한은은 "월세 비중 확대가 저소득층 등 취약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거나 채무상환부담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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