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완성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시행 중인 독일식 이원 직업교육 프로그램 ‘아우스빌둥(Ausbildung)’ 기반 인재 육성 방식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단순한 단기 인력 수급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청년 고용, 기술 경쟁력, 서비스 품질, 거버넌스 안정성을 하나의 구조로 엮은 중장기 인재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 근로자를 ‘보조 인력’이나 ‘대체 가능한 노동력’이 아닌, 브랜드 경험을 완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에서 출발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내부에서는 아우스빌둥 도입 이후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서비스 품질과 고객 신뢰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우스빌둥 철학…서비스 인재에 대한 인식 변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고객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는 톨스텐 슈트라인 부사장은 독일에서 아우스빌둥 출신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견습 엔지니어로 현장을 경험한 뒤 글로벌 기업의 임원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슈트라인 부사장이 이끄는 고객 서비스 조직은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국내 인재 육성 현장에 적용하며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 인재를 단순한 기술 인력이 아닌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구성원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성공적 안착으로 평가받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2017년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 등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협력해 도입됐다. 이론과 실무를 결합한 이원식 교육 모델은 현장 적응력과 장기 근속 측면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총 36개월 과정으로, 기업 현장 실무 70%와 대학 이론교육 30%로 구성된다. 트레이니들은 교육과 동시에 공식 딜러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수료 시 전문 학사 학위와 함께 독일연방상공회의소(DIHK) 인증을 동시에 취득한다. 이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 표준과 한국 고용 제도를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독일식 평가 체계와 트레이너 자격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점 역시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다자 협력 거버넌스 모델로 진화
아우스빌둥의 가장 큰 ESG적 의미는 청년들에게 ‘실제 작동하는 커리어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학력 중심의 채용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제한적이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학벌이 아닌 역량과 성실함, 현장 성과로 평가받도록 했다. 실제 2024년까지 누적 700명 이상이 선발됐고, 2025년 기준 약 270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이들은 교육 종료 후에도 동일 산업 내에서 장기적 커리어를 이어가며 자동차 서비스 산업 전반의 기술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기 고용 창출을 넘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투자로 평가된다.
아우스빌둥은 기업·학교·정부·상공회의소가 명확한 역할을 분담하는 다자 협력 거버넌스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KGCCI는 채용부터 교육 품질 관리, 평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기업은 현장 교육과 고용을 책임지는 구조다. 특히 병무청과 연계해 트레이니들이 자동차 정비병으로 군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군 복무가 경력 단절이 아닌 현장 경험의 연장선으로 작동하면서 개인·기업·공공 부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아우스빌둥과 AET(Aftersales Education & Training) 과정을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하며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전략과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인재 양성 단계부터 연계하려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숙련된 전기차 정비 인력은 차량의 전 생애주기 동안 효율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꼽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환경 목표를 인재 양성 단계부터 반영하는 전략을 택했다.
‘모바일 아카데미’로 인재 파이프라인 확장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아우스빌둥과 함께 대학생 대상 산학 협력 프로그램 ‘모바일 아카데미’를 병행 운영하며 인재 육성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1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2400명 이상의 학생에게 멘토링과 직무 설계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고졸·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아우스빌둥과 함께 장기적 인재 생태계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톨스텐 슈트라인 부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아우스빌둥 사례는 ESG 경영에서 인재 육성이 어떻게 기업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숙련된 인재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이는 고객 신뢰와 브랜드 지속성으로 환원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톨스텐 슈트라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
“아우스빌둥, 한 사람의 인생과 기업의 미래 동시에 바꿔”

“아우스빌둥은 한 사람의 인생과 기업의 미래를 동시에 바꾸는 시스템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고객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는 톨스텐 슈트라인 부사장은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ESG 경영과 맞닿은 인재 육성 모델로 확장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아우스빌둥 출신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고객 서비스 조직을 총괄하는 임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열여섯 살에 독일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986년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이후 자동차 정비사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의 핵심은 이론교육과 현장 실무를 병행하는 이원 구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슈트라인 부사장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곧바로 실제 정비 현장에 적용하며 경험을 쌓는 방식으로, 이론과 실무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아우스빌둥은 단순히 공부만 하거나 일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고, 용접·도장·수리 같은 장인적 기술을 현장에서 익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아우스빌둥은 독일 모델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교육 환경과 서비스센터 운영 방식에 맞게 조정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슈트라인 부사장은 “전체 과정은 36개월이며, 직무별로 세분화된 교육 트랙을 운영한다. 예컨대 정비 업무 역시 일반 정비, 서비스 어드바이저, 판금·도장 등 전문영역으로 구분해 각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고전압 시스템에 대한 교육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완전히 다른 구조인 데다 고전압 시스템을 다루기에 기술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며 “아우스빌둥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배운다”고 전했다. 그는 아우스빌둥이 단순한 직업훈련을 넘어 사회적 투자라는 점에서 ESG 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우스빌둥을 수료한 후 서비스센터 관리자나 고위 관리직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의 인생과 기업의 미래를 동시에 바꾸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아우스빌둥에서 배우고 있는 젊은 인재들이 5년, 10년 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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