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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가 우리 시대의 '전통주'가 되는 날까지… 서울브루어리

입력 2025-12-30 13:48  



만약 누군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정의해보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누군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K컬처의 구심점이라 대답할 테고, 누군가는 6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혹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주목받은 핫플레이스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답은 서울의 인구수만큼 천차만별일 듯하다. 그렇지만 유행도, 발전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도시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서울브루어리 이수용 대표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드는 맥주에 담아내고자 했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는 특정 브랜드 이름에 붙이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고 해요. 저희는 미처 몰랐기 때문에 감히(?) 이름을 지을 수 있었던 거죠. 단순하면서도 강력해야하고, 브루어리가 만드는 맥주의 방향성을 담아내는 단어로 ‘서울’만 한 것이 없었거든요. 일단 한번 떠올린 다음에는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수용 대표가 정의하는 서울은 이렇다. “서울은 단지 서울 사람, 서울 토박이를 위한 도시가 아니잖아요. 전국, 전 세계의 모든 것들이 융화하는, 역동적인 도시죠. 다양성을 갖추고, 빠르게 변화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도시.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 그대로였죠.”



그는 소문난 애주가다. 맥주만을 편애하는 것도 아니다. 술자리에서는 다양한 술을 맛보기 위해 차수마다 다른 주종을 고를 정도다. 그런 그가 소주도, 와인도, 위스키도 아닌 맥주를 택한 이유도 변화무쌍함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 술의 맛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다. 전통 소주나 막걸리는 쌀과 누룩, 와인은 포도의 힘이 절대적이다. 양조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논과 밭에서 술의 품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한 병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 생산자들이 자신을 ‘농부’라고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맥주는 다르다. 몰트와 홉 같은 필수 재료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고, 부재료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레시피는 우주처럼 무한하다고 할 수 있어요. 수백 가지의 몰트와 홉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 어떤 재료를 더할 것인지에 따라 무한 가지의 맥주를 완성할 수 있거든요. 과일부터 바닐라, 코코넛, 카카오, 땅콩 등 첨가할 수 있는 부재료에도 제한이 없죠.”



맥주의 무한한 변주
서울브루어리가 세상에 첫 맥주를 내놓은 것은 2018년. 약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양성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꾸준히 출시하는 신제품이 그 증거다. 다양한 몰트와 홉, 효모를 조합하고, 레시피에 변주를 주면서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라거, 에일, IPA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타일부터, 과일 과즙이 듬뿍 들어간 사우어 비어, 과일에서 추출한 효모로 만든 내추럴 와인 스타일의 맥주까지 다채로운 맥주를 선보인다. 그렇게 지금까지 내놓은 맥주가 총 250종에 달한다.

서울브루어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맥주를 출시한다. 한 달 만에 양조장을 찾는대도, 3~4가지의 새로운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양조장과의 협업 맥주, 제철 과일을 사용한 계절 맥주,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맥주 등 특징도 다양하다. 그러나 시즌 한정으로 내놓은 맥주들이 대부분이기에 때를 놓치면 맛보기가 어렵다. 새로운 맥주를 놓치고 싶지 않으면 매주 성실히 서울브루어리의 양조장을 찾는 수밖에.

서울브루어리에서 맥주만큼이나 공간이 중요한 까닭이다. 서울브루어리의 서울 성수동과 합정동의 양조장은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자,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특히 2023년 성수동에 문을 연 6층 규모의 ‘수직 양조장’은 브랜드의 핵심 거점이다. 참고로, 서울 내에 있는 양 조장으로는 주종을 초월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맥주는 온라인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서울 브루어리의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양조장으로 직접 찾아와야 하죠. 매주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도 올 때마다 새로운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적어도 한 가지는 취향에 맞는 맥주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서울브루어리는 자신들의 맥주가 새로운 가양주(家釀酒)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 ‘'가양주'란 집에서 빚은 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에서 직접 술을 빚어, 집집마다 고유의 술 빚는 법을 가지고 있었다. 맥주는 외국에서 전해져온 술이지만, 이를 서울브루어리만의 재료와 레시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특산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성주 참외, 장성 깻잎, 제주 레몬, 청도 방아, 청수 포도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 맥주 중 하나인 ‘라이스 라거’는 서울 유일의 쌀 농가 에서 재배한 경복궁 쌀로 만든다.

“홉과 몰트처럼 맥주의 근간이 되는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부재료나 효모는 로컬에서 생산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역의 상생에도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나아가 ‘K-맥주’를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것이 서울브루어리의 포부다. 한식에 비해 한국의 술은 아직 세계에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것. 해외 주류 박람회나 경연에 초대받을 때면 서울브루어리의 맥주뿐 아니라 한국 전통주를 챙겨가서 선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2026년에는 더욱 활발한 행보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일본과 스위스에서 열리는 맥주 페스티벌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상반기에는 도쿄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미 뉴욕에는 활발히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어디에서든 끊임없이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서 신선함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주 선보이는 신제품은 지금 당장 마시지 않으면 ‘다음번’이 없을 수도 있죠. 이렇듯 매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이수용 대표의 서울브루어리 추천 맥주

서울 라이스 라거
서울 유일의 쌀 농가에서 재배한 ‘경복궁 쌀’로 만든 라이스 라거. 다른 맥주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소하고 복잡미묘한 풍미가 시원하게 마실 때 더욱 살아난다. 프라이드나 양념, 어떤 치킨과도 잘 어울린다.

로버스트 포터
코코넛과 카카오닙스, 바닐라 빈이 들어가 부드럽게 다크초콜릿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주 없이 맥주만 오롯이 즐겨도 좋고, 초콜릿이나 치즈케이크처럼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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