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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 받은 프렌치 셰프가 간장게장을 담그는 이유… '기와강' 강민철 셰프

입력 2025-12-29 05:00  




‘파인다이닝’과 일반 레스토랑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혹자는 ‘난해하고 어려운 요리’라고 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식 파인다이닝 기와강의 메뉴는 오히려 친숙하다. 이곳의 코스는 간장게장, 동치미, 편육 등 정통 한식으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의 식사를 차원이 다른 경험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강민철 셰프의 내공이다. 게장에 블랙 트러플을 더하고, 동치미와 캐비어를 조합해내는 독창적인 디쉬는 오감을 동원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강민철 셰프는 세계 미식계에서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셰프들(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의 주방을 거치고, 프렌치 레스토랑 ‘강민철레스토랑’ 오픈 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따낸 화려한 이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제 막 오픈 1년을 맞이한 기와강 역시 프랑스의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로부터 ‘올해의 신규 레스토랑’에 선정된 바 있다. 기와강이 강민철 셰프에게 어떤 수식어를 추가해줄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프렌치 셰프의 한식 도전이라니, 계기가 궁금하다.
요리를 시작한 이래 프렌치 요리의 길로만 달려왔다. 이름을 건 다이닝(강민철 레스토랑)도 프렌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픈 3년 차를 맞이할 때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그때부터 한식의 역사나 레시피를 공부해나갔다. 적어도 한국인 셰프로서 이 정도는 알아야지 싶은 부분이었다. 그렇게 한국인이면서 프렌치 요리를 하는 나의 색을 담아내고자 한 공간이 기와강이다.

레스토랑 오픈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담양으로 달려갔다고.
생각해 보니, 양식 소스만 할 줄 알았지, 간장·고추장을 담가본 적이 없는 거다. 이걸 놓치고 있었다니. 나 자신한테 화가 좀 났다. 전남 담양의 기순도 장 명인을 찾아가 전수하며 장을 담갔다. 기와강의 모든 장과 김치는 이렇게 직접 만든 것이다. 물론 장인의 장을 받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식에서 장은 무엇보다 근본이 되는 요소다. 직접 담그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전수 과정에서 깨달음이 있었나.
장 담그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레시피나 특별한 비법이 없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관건은 관심이다. 때마다 장독을 열어보고, 뒤집어도 보고, 그렇게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장의 맛을 결정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지만, 분명히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이 가장 맛있지 않나. 보면 찌개 옆에는 늘 숟가락이 있다. 끓이는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거품도 걷어내고, 한번 뒤집고, 그렇게 살뜰히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맛을 내는 비법이고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셰프의 길을 가기 위해 24살에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맞다. 칼 세트만 덜렁 들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무대뽀였다.경력이 없으니, 하루든 이틀이든 배울 수 있는 곳이면 무작정 찾아가서 일했다. 너무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고달팠는데,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마치 명령을 받은 군인처럼, 어쨌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견뎠다.

미국, 홍콩을 거쳐 프랑스를 거치며 ‘세계 3대 거장’들의 키친에서 경력을 쌓았다.
양식이라는 장르에 매진하다 보니 결국 베이스가 되는 곳은 프랑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프렌치 요리를 배우는 것은 한마디로 태국에서 한식을 배우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프랑스 국가 명장(MOF) 셰프의 업장에서 몇 년간 일했는데, “더 큰 무대에서 일할 때가 됐다”며 피에르 가니에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추천해 주셨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특히 ‘셰프들의 셰프’로 존경받는다. 그 아래서 얻은 가르침이 있다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재료를 존중하고, 팀원을 아끼는 법을 배웠다. 양파를 볶더라도 기계적으로 하는 것과 진심을 다해서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기와강 키친에 크게 붙어있는 ‘사랑과 정성’이라는 문구도 여기서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메뉴판에 ‘민철 김치’ 메뉴를 올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피에르가 나에게 김치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다른 업무를 안 하고 김치만 담갔다. 퓨전이 아니라 정통 방식으로 레시피와 양념을 다르게 해서 여러 버전을 만들었는데, 이중 채택돼서 정식 메뉴에 오르게 됐다.

“네가 연구했고, 만들었으니 너의 이름을 붙이자”면서 ‘민철 김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피에르 가니에르와 30년을 일한 헤드셰프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영광이었다. 손님들도 메뉴를 보며 궁금해했다. 한동안 프랑스 손님들의 ‘대체 민철이 무슨 재료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지만.



기와강의 디쉬가 탄생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계획보다는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2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닭 편육이 그렇다. 순댓국밥집에서 돼지고기 편육을 먹는데, 닭고기 편육은 어떨까 싶더라. 만들어봤는데 괜찮아서 그날부터 바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간장게장, 블랙 트러플’도 그렇다. 어느 날 좋은 게가 들어왔는데, 우리 장으로 게장을 담가보자 싶었다. 숙성 간장이 게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복합적인 육수 맛을 더해줘 완성도가 좋았다. 마침 옆에 있던 직원 식사용 쌀밥, 다른 메뉴를 위해 주문해둔 블랙 트러플이 눈에 띄어 조합해 보았다. 그렇게 탄생한 메뉴로, 손님들에게는 김부각과 레몬 겔을 더해 서비스한다.

역작이라고 생각되는 메뉴가 있다면.
‘동치미, 캐비어’. 캐비어와 생새우, 배 등을 동치미 국물과 함께 먹는 디쉬다. 가급적 새로운 맛을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을 시도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동시에 불필요한 요소는 지양하려고 한다.



흔히 한식은 ‘손맛’이 완성한다고 한다. 이를 파인다이닝에서 구현하는 방법은.
한식은 어쨌든 손맛이라고 하는데, 프렌치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가정주부 할머니가 레시피도 없이 손으로 하는 음식의 맛을 따라갈 수 없다. 전 세계 어디에 가도 똑같다. 이것을 담아내려면 오늘의 양파는 매울 수도, 달 수도, 수분이 많을 수도 있다. 레시피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테이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영감을 얻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시간이 나면 시장이나 여행을 간다. 그런데 무엇을 찾으러 가기보다, ‘갔는데 그게 있더라’ 하는 식으로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 예술 작품이나 기물도 마찬가지다. 레스토랑을 위해서 산 것이 아니고, 좋아서 샀다가 함께 즐기고 싶어 갖다 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머릿속에 레스토랑 생각밖에 없어서 가능한 것 같다. 옷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 집에서 셰프 가운을 입고 출퇴근한다. 쉬는 날 운동을 하는 것 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레스토랑을 지키는 것이 일이다.





셰프로서 가장 기쁠 때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인사를 해주실 때다. 오늘 하루를 할애해서 와주시는 것이 가장 보람되다.

지금까지 셰프 인생에서의 가장 큰 성취는.
오늘이지 않을까. 오늘도 누군가는 와서 식사를 하고 갈 테니까.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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