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산모 4명이 원인 불명의 폐 질환에 걸려 숨졌다. 같은 해 질병관리본부는 산모들의 폐 손상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공론화한 순간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11월 처음 등장했다. '가습기 메이트’란 이름으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이 제품을 내놓은 뒤 SK케미칼, 옥시PB, 애경산업 등이 제품을 내놓았다.
2000년대부터 이 제품과 관련해 기침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하지만 기업은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정부도 특별한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올해 11월 30일 기준 5942명의 피해가 인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 국가 주도로 배상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참사 피해자 배상금 마련을 위해 100억원을 출연하고 공식 추모 해상도 열기로 했다.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하고,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며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들께 머리 숙여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적었다.
정부는 종전까지 기업 분담금(2500억 원)과 정부 출연금(225억 원)을 바탕으로 참사 피해자에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등 피해구제 차원의 구제급여를 지급해 왔다. 하지만 국가 배당 체계로 전환하면서 참사 피해자의 치료비, 일실이익(사고 탓에 얻지 못하는 장래 수입),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손해배상 책임 주체를 기업에서 국가와 기업으로 확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인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배당금 재원 마련을 위해 2021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내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학업, 사회진출 일상 회복까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지원 방안도 설계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에게는 중·고등학교 진학 때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활용해 대학교 등록금도 일부 지원한다.
군에 입대하는 피해 청년에 대해선 주특기 부여 때 소총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은 특기는 제외하기로 했다. 사회에 진출하는 피해 청년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도전 지원 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손질해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추모행사도 열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회와의 협력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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