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보락에 1위 자리를 내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온라인상에서 생산된 로봇청소기 관련 정보 중 삼성전자가 언급된 정보량이 로보락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기존 제품보다 기능을 늘린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해 안방 탈환에 나선다. '삼성'와 '삼성전자'가 포함된 로봇청소기 정보량은 각각 2만8615건, 2만4092건을 나타냈다. 총 5만2707건으로 '로보락'이 언급된 정보량(4만3373건)보다 9334건 더 많았다. 여기에 삼성전자 제품 브랜드명인 '비스포크' 정보량(1만3277건)을 종합할 경우 총 6만5984건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물걸레 세척·건조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하면서 중국 브랜드들이 독차지한 국내 시장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군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에 맞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제품 출시 이후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그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 상반기엔 점유율 20%대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매출액 기준 45%로 선두를 달렸고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비스포크 AI 스팀이 지난해 2~4분기 국내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 약 30%를 기록했다는 자체 추정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당시 "올해는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보안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우위에 있는 보안·사후서비스(A/S)도 반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보안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인 만큼 삼성전자는 이를 겨냥해 자사 보안 기술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로보락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다. 로보락은 세계 최초로 '로봇 팔'이 달린 제품을 출시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해 왔고 슬림형 직배수 모델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또 다른 중국 업체 드리미의 경우 한국 사용자 정보를 저장·관리하는 데이터서버를 국내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보안 우려를 털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브랜드들을 따라잡으려는 국내 제조사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구도를 나타낼 전망이다. 업계에선 통상 10가구 중 2~3가구 정도 로봇청소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청소기 보급률이 아직 낮은 만큼 브랜드 간 경쟁도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봇청소기에 대한 소비자들 관심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로봇청소기가 언급된 온라인상 정보량은 2023년 14만6100건에서 지난해 21만8400건, 올해 25만2300건으로 나타났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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