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의대 증원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문제작’으로 평가받은 정책을 다시 꺼내 들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언급하며 “의사를 늘리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이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복지부 산하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계위는 이대로라면 2040년 기준 의사가 1만4000~1만8000명 부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연내 최종 추계를 토대로 내년 초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발표할 계획이다.문제는 ‘방식’이다. 내년 발표될 의대 정원 수는 어느 수준이든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전 정부 의대 증원 감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감사원은 당시 정부가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의료 취약지에서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 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인력 약 5000명을 별도로 더한 점을 문제 삼았다. 취약지에 인력이 충원되면 비(非)취약지의 의사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5000명까지 충원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의료 인력 추계는 인구 구조, 의료 이용 행태, 근무 시간, 전공 선택, 지역 이동 등 수많은 가정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 추계위가 제시한 ‘2040년 최대 1만8000명 부족’ 전망 역시 전제와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숫자 자체를 놓고 전·현 정부를 가르는 소모적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중요한 것은 숫자 다툼이 아니라 늘어난 의사가 실제로 지역·필수의료 현장에 남도록 만드는 설계다. 정원 확대와 동시에 지역·필수의료 트랙 구축, 수련병원과 지도전문의 등 교육 인프라 확충, 수가와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같은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평가에 매달리기보다 의사 수 확대라는 큰 방향 아래 실행 가능한 보완책을 제시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 의료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선택이다.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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