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오른 가수 중 최고령자는 1944년생인 브렌다 리다. 14살 때인 1958년 발표한 캐럴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로 2023년 12월 핫 100 1위를 3주간 지켰다. 이 노래는 ‘나 홀로 집에’ 삽입곡으로 1990년대 재조명되며 고전 캐럴로 자리 잡았다.국내에서도 오래된 노래가 음악 차트를 점령하는 사례가 적잖다. 3월 말, 4월 초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장범준(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벚꽃 좀비’ ‘벚꽃 연금’ 등으로 불린다. 매년 인기가 되살아나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연금 같은 수익을 안긴다는 뜻이다.
이런 사례가 부쩍 많아진 건 음원 유통 구조가 달라져서다. 요즘 대중은 가수나 곡이 아니라 플레이리스트를 기반으로 음악을 소비한다. 비가 내려 기분이 우울할 때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음원 목록을 누르는 식이다. 음원 업체들은 플레이리스트에 구곡과 신곡을 적절히 섞는다.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멜로디에 이끌려 특정 옛 노래를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청취자가 많아지면 이른바 ‘차트 역주행’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 음원 차트 ‘톱 100’에서 발표 1년이 넘은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
익숙한 콘텐츠를 맨 앞에 내세우는 SNS 알고리즘의 위력이 커진 것도 역주행곡이 늘어난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름 축제에 빠지지 않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눈이 내릴 때면 클릭이 집중되는 엑소의 ‘첫 눈’ 등이 수혜곡으로 꼽힌다.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통산 100주간 1위를 기록한 첫 번째 가수가 됐다는 소식이다. 리애나(60주), 비틀스(59주) 등 2위 그룹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머라이어 캐리는 총 19곡을 1위에 올렸는데, 21주간 1위를 한 캐럴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올해 12월 들어서도 이 노래는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옛 추억을 쉽게 소환하는 스트리밍 시대엔 대중가요의 유통기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 보인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