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SPV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았다. 핌코, 블랙록, 아폴로, 블루아울캐피털, JP모간체이스 등 미국 금융회사가 최소 1200억달러(지분투자 포함)를 SPV에 공급했다. SPV가 데이터센터 부지, 건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 빅테크는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다. SPV를 활용하면 차입 부담이 빅테크 회계장부에 잡히지 않아 신용등급 방어에 유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메타가 계획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건립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메타는 블루아울과 함께 300억달러 규모 SPV ‘베녜 인베스터’를 설립했다. 270억달러는 핌코, 블랙록, 아폴로 등으로부터 대출받았고, 30억달러는 블루아울의 자기자본으로 조달했다. FT는 “이런 차입 방식으로 메타는 300억달러 빚이 있는데도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았다”며 “몇 주 뒤 (메타가) 회사채 시장에서 3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하는 것도 수월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AI 스타트업 xAI도 125억달러 부채를 포함한 200억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PV를 이용하려 준비 중이다. 이 SPV는 조달 자금으로 엔비디아 GPU를 매입한 뒤 이를 xAI에 임대해줄 예정이다.
현재 AI 인프라에 필요한 빅테크의 자금 규모가 급증해 이런 구조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방식의 데이터센터 건설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사모신용 대출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수 핵심 AI 기업에 대출금이 쏠려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오픈AI는 현재 1조4000억달러 이상의 장기 컴퓨팅 계약을 맺었다. 오픈AI가 흔들리면 여러 데이터센터 대출자가 동시에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다.
월가에선 데이터센터 관련 부채를 담보부증권(ABS)으로 유동화한 더 복잡한 구조의 상품도 등장했다. AI 관련 부채를 묶어 증권화한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대출 리스크를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더 넓은 투자자층으로 확산시켰다. FT는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누가 책임을 지고 리스크와 손실을 떠안을 것인지 불투명해졌다”며 “향후 AI 운영사에 재무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충격이 어떤 방식으로 월가 전반으로 번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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