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파격적으로 기업공개(IPO)가 아니라 매각 카드를 제시해 SK넥실리스 정상화를 위한 긴급 자금을 확보한다. SK넥실리스가 정상화하면 매각을 재추진해 이익을 나누는 조건이어서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IMM CS에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3000억원 투자 유치 절차를 밟고 있다. SK넥실리스가 발행한 전환우선주(CPS)를 IMM CS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투자 기간 5년, 원금 보장이라는 큰 틀에 합의한 뒤 구체적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SK 측이 IMM CS에 제시한 명목 수익률은 연 1~2% 수준로 매우 낮다. 그 배경엔 SK넥실리스의 재매각 조건이 숨어 있다. SK 측은 SK넥실리스가 일정 금액 이상에 매각되면 재무적투자자(FI)의 원금과 수익률을 우선 상환(워터폴)하고 잔여 금액을 수령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매각 성과에 따라 FI와 수익을 차등 분배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K넥실리스의 매각 의사를 그룹 차원에서 보장하는 방안으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SKC가 2020년 약 1조200억원을 들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인수했다. 이후 수조원을 추가 투입해 국내외에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며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높였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이 닥치며 2023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676억원을 기록했고,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은 1205억원에 달한다. 총차입금 역시 인수 첫해 2686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7569억원으로 급증했다.
동박 사업 특성상 매년 주요 고객인 배터리 업체 요청에 따라 대규모 설비투자(캐펙스)가 필요하다. 경쟁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가 반도체용 동박으로 생산 라인을 전환한 것과 달리 SK넥실리스는 투자 재원 부족으로 사업 전환도 하지 못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에 맞춰 경영권 매각을 물밑에서 추진했지만 원매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투자 유치 역시 여의찮았다. 통상 FI는 IPO를 회수 수단으로 삼지만 모회사 SKC가 상장사기 때문에 SK넥실리스 상장이 중복 상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이 고안한 카드는 사모펀드(PEF)의 밸류업 역량을 SK넥실리스 정상화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매각 성과에 따라 FI의 수익률이 달라지는 구조인 만큼 IMM CS도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회사 정상화 과정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SK 입장에선 차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로선 금융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5년간 회사 정상화에 함께할 파트너를 확보했고, FI는 불확실한 IPO 대신 새로운 회수 방안을 보장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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