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10월 11일자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건립에 부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사례를 들어 국가 보훈에는 좌우 진영이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자유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이자 의무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감사의 정원’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을 놓고 최근 정치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어 안타깝다.우선 조형물 위치와 형태에 대한 공격이 매섭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17일 광화문광장 내 공사 현장을 방문해 “대한민국 얼굴인 동시에 문화 국가의 미래 상징인 광화문에 굳이 ‘받들어총’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국민께서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광화문이어야 할까. 광화문광장은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으며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호국과 애민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모셨지만 정작 대한민국 건국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념할 만한 조형물은 부재한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 의회의사당과 연결된 국가상징공간인 ‘내셔널몰’에는 링컨기념관, 스미스소니언박물관, 국립미술관 등 세계적인 역사문화예술 시설이 즐비하다. 바로 이곳에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를 기리는 추모 공간이 함께 자리하지만 이들 전쟁 기념물이 내셔널몰의 역사적 상징성이나 예술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참전국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감사의 빛 아래 지하 공간에 참전국 주요 도시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미디어월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시차, 사생활 침해 등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시간 영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약 5억원)까지 부담해달라는 시의 요청에 참전국들도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내년 5월 선보일 감사의 정원이 순국선열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가상징공간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정책 집행과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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