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13년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시작한 뒤 대학병원 교수 창업이 잇따랐지만 상장에 성공하거나 고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의료계에서 ‘삼성서울병원 창업은 다르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이 병원 창업 기업들은 의료 현장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뚜렷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사람의 생체 구조와 비슷한 ‘아바타마우스’ 연구에 집중하던 남 교수는 차세대 항암제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에임드바이오를 창업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장종욱 교수가 창업한 이엔셀은 고수율·고효능 줄기세포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샤르코마리투스병, 근감소증 등 희소질환 관련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박웅양 교수가 세운 지니너스는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에서 구축한 데이터, 기술력 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생산에 집중하면서 신약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누적된 삼성의 바이오 연구 역량은 기술 투자로 이어졌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함께 24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대표적이다. 에임드바이오는 이 펀드의 첫 국내 투자 기업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와 교수 창업 기업 간 협업도 활발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 ADC 툴박스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연구하고 있다. CDMO를 맡기는 고객사에 맞춰 다양한 ADC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들 기업은 의료진의 진료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토대로 기술 사업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후속 상장 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설립한 우울증 디지털치료기 기업 메디트릭스, 김재현 내분비내과 교수가 세운 혈당 분석 솔루션 기업 글루코메트릭스도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교수 창업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관계사의 역량과 자원을 융합해 ‘K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