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을 전후해 대만뿐 아니라 인도 역시 대한민국 해군 전력의 핵심인 장보고함 기술을 탈취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대만이 자국 잠수함 개발을 위해 국내 다수 기술자를 포섭하던 시기 인도도 국내 중소 방위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에 근무하는 연구원을 꼬드겨 기술을 빼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타깃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AIP)로 확인됐다.
25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군 방첩·정보기관이 2023년 초 인도와 대만 측에서 AIP 기술을 불법적으로 확보하려 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인도, 대만은 군 장성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조선업 기술자를 한국에 파견해 경남 A사 등 AIP 관련 기업들을 직접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 판매를 요구하거나 퇴직자를 매개로 내부 정보를 빼내려고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IP는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도 20~30일 이상 장기간 잠항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스텔스 동력 장치다. 장보고함 2·3세대(KSS-Ⅱ·Ⅲ)는 디젤 잠수함(1세대)에 AIP 기술을 적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으로, 공기 보급을 위해 2~3일에 한 번 수면에 올라와야 하는 1세대의 단점을 극복했다. 한국은 세계 두 번째로 실전에 배치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실제 경남의 한 방산 소부장 업체에 따르면 2020~2022년께 인도·대만 측 관계자들이 “기술을 사겠다”며 생산 공장을 방문해 내부를 촬영하는 등 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내부 기술자가 퇴사하면서 사내 내부망에 보관돼 있는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대량 출력했다가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해당 자료를 모두 회수했으나 수사기관에 이를 신고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무마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후에 이를 인지한 군 방첩·정보기관조차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2023년 8월 해당 업체에 대한 보안 교육 정도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 유출 시도가 확인되면 국가정보원, 방위사업청, 국군방첩사령부 등이 합동조사팀을 꾸려 전수조사에 나서도록 명시하고 있다.
논란이 된 기업들은 퇴직자 추적·관리 체계가 없다 보니 실제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퇴사한 기술자가 어디로 취직했는지, 해외로 출국했는지 등을 현재로선 확인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간 인력 이동에 따른 기술 유출 영역은 법적 사각지대”라며 “핵심 방산기술은 곧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민간 인력 재취업 관리 제도’ 같은 보호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했다.
조철오/김영리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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