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길을 떠난 문장, 끝내 자신에게 닿다”
윤후명
1946.1.17~2025.5.8
윤후명은 시에서 출발해 소설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 작가였다. 1946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소설 ‘산역’으로 다시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산문 세계를 열었다.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 등으로 이어진 그의 작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정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이 이를 증명한다. 동인지 창간, 헤이리 예술마을 조성, 미술 작업까지 아우르며 표현의 경계를 넓혔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공동소설집에 참여하는 등 시대의 아픔에도 응답했다.

“시지프스처럼…평생 불가능한 문학의 꿈을 꿨다”
서정인 1936.12.20.~2025.4.14.
소설 ‘강’으로 유명한 원로 소설가 서정인은 올해 4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6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사상계’에 단편 ‘후송’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대표작으로 ‘강’과 ‘달궁’ 연작 등이 있다.
서정인 소설의 백미는 현실을 꿰뚫는 시선과 정제된 문체다. 우리말의 묘미를 극대화하면서 간결한 문장이 특징이다. 김현 문학평론가는 “귀중한 돌을 갈듯이 그는 말 하나하나를 경건하게 다듬는다”며 “문학언어가 일상언어와 다른 것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려는 그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별세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일생 지속해온 소설 창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학, 소설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게 엄청 어려워요. 시시포스 신화처럼. (거대한 바윗돌을 오르막으로) 밀고 올라갔다 또 떨어지고. 불가능해요, 그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예요.”
그가 1987년부터 1990년까지 발표한 소설 ‘달궁’ ‘달궁 둘’ ‘달궁 셋’ 연작은 판소리에 소설을 접목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보여줬고, 1999년에는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문장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은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이 밖에 김동리문학상, 동서문학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서울대 영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정년퇴임 후에도 명예교수를 지냈다. 2009년 7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으로 선임됐다.

“괜찮아, 그늘이 없는 사람은 빛을 이해할 수 없어”
백세희
1990.2.25~2025.10.16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저자 백세희 작가는 지난 10월 16일 향년 3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백 작가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의 베스트셀러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국내 에세이 열풍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저자가 기분부전장애를 겪으며 정신과 전문의와 12주간 상담을 진행한 내용을 엮었다.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하다가도 떡볶이를 먹으면 잠시 기분이 나아지는,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심리 상태를 솔직담백하게 그렸다. 2018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된 후 입소문을 타 같은 해 8월 2주부터 4주 차까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문학은 불의에 항거하는 불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1936.3.28~2025.4.13
마리오 바르가스요사는 문학으로 권력의 구조를 해부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이었다.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그는 군사학교 체험을 바탕으로 한 데뷔 장편 <도시와 개들>로 군사주의와 폭력을 정면 비판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녹색의 집>,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세상 종말 전쟁> 등은 남미 사회의 위선과 불평등, 개인의 저항을 집요하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소설과 에세이, 연극을 넘나들며 70여 권을 남긴 그는 현실 정치에도 직접 뛰어들어 1990년 페루 대선에 출마하는 등 논쟁적 지식인의 길을 걸었다. 2010년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권력 구조의 정밀한 묘사와 개인의 저항”을 높이 평가했다.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 그의 글쓰기는 끝내 시대의 양심으로 남았다.
설지연/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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