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올 3분기 기준 71.0%(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혼자 차지하는 '독점' 기업이다. 2위 삼성전자(6.8%)와의 격차는 64.2%포인트(P), 매 분기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TSMC는 약 1년 전부터 '이상한' 점유율을 공개하고 있다. "자사 점유율이 60~70%대가 아니라 20~30%대"라는 것. 최근엔 홍콩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까지 가세해 TSMC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파운드리 2.0엔 전통적인 파운드리 사업에 패키징(여러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 테스팅(칩 성능을 최종적으로 검사하는 것), 마스크(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필요한 부품) 생산 등을 포함한다. 웨이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제외한 사업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TSMC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파운드리 2.0 시장은 2500억달러(348조원) 수준이다. 당시 TSMC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파운드리 2.0 점유율은 '28%'. 당시 TSMC의 전통적인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점유율(60%)보다 크게 적은 수치다.
파운드리 2.0 시장 중 절반 이상인 '1350억달러' 규모인 패키징, 테스팅, 마스크 제조 시장 등에 전통의 강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계 ASE와 SPIL, 미국계 AMKOR(옛 아남반도체), 중국계 스태츠칩팩 등이 대표적이다.
TSMC의 '파운드리 2.0' 선언은 이를 인식하고 '앞으로 더 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웨이 회장은 2024년 "강력한 기술 리더십과 광범위한 고객 기반에 힘입어 향후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이 되고 있다. 올 3분기 파운드리 2.0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41%로 전년 동기(33%) 대비 9%P 높아졌다.
AI 시대를 맞아 고객이 몰리자, TSMC는 서비스 가격을 정기적으로 10~20%씩 올리고 있다.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즉 독점 지위를 활용해 서비스 끼워팔기를 하거나, 고객사를 자사 서비스에 가둬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경쟁 당국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수조원대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인수합병 때는 각 국의 강한 견제를 받는다. Arm을 인수하려던 엔비디아가 독점 논란에 실패했다. 과거 스마트폰용 AP 시장의 강자 퀄컴 등도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최근 각국 경쟁 당국은 TSMC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파운드리 2.0 선언과 30%대 점유율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