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만으로 방대한 정보를 얻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접할수록 피로감을 느끼고 판단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영국 신경과학자이자 대중 과학 커뮤니케이터 한나 크리츨로우는 최근 번역 출간된 신간 <초연결 지능>에서 이 역설적인 현상에 질문을 던진다. “정보가 늘어났는데 왜 사고는 더 무거워졌는가?”
저자가 내리는 답은 명료하다. 미래의 지능은 ‘기억력’이 아니라 ‘연결력’에서 나온다. 인간의 뇌는 혼자 사고할 때보다 타인과 연결될 때 더 정교하게 작동하며, 공감과 신뢰를 매개로 뇌파가 동기화될 때 사고는 깊어진다. 저자는 이를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부르며, AI가 아직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강조한다.뇌파 실험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두 사람이 대화하거나 협업할 때 뇌파가 비슷한 패턴을 띠기 시작하고, 교실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뇌파가 정렬될수록 학습 효과가 높아졌다. 음악 공연에서 연주자와 청중이 동시에 몰입할 때 뇌의 리듬이 맞춰지는 현상도 관찰된다.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높은 팀일수록 성과가 좋다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 역시 이를 지지한다. 즉 뇌는 타인 뇌와 연결될 때 더욱 영리해지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이 통찰은 교육, 직장, 정치, 기술 등 사회 곳곳에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지식을 머릿속에 쌓는 것을 ‘학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 관점에서 학습은 정보를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다양한 뇌와 연결되며 해석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배경과 감정,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해석할 때 비로소 사고가 풍성해지고 오류가 줄어든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우리 사고가 정체되는 것은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연결 구조가 빈약하거나 단일한 관점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과학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개인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서다.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세계를 더욱 좁히고, 빠른 단정과 감정적 언어가 여론을 흘러가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이 안전하게 충돌하고, 신뢰 속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저자는 이를 AI 시대 인간의 핵심 능력으로 제시한다. 경쟁만으로는 더 똑똑해질 수 없으며, 서로의 뇌가 연결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문제 해결의 깊이가 확보된다는 것이다.
기술 윤리, 불평등, 기후 위기 등 복잡한 문제 앞에서 개인의 뇌는 작다. 그러나 뇌는 연결될 때 확장되고, 인류의 지능은 ‘하나의 천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다양성’이 만든다. 저자는 인간 지능의 재정의를 요구하며 빠른 답보다 느린 관계, 축적보다 공유, 암기보다 해석을 중시하는 사고 전환을 촉구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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