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들은 ‘인공지능(AI)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자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AI를 잘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자격증 같은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뒤따른다.얼마 전 들은 한 회사 AI 담당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면접에서 자격증 소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프롬프트 몇 줄까지 써봤어요?” 이 질문은 기술을 얼마나 아느냐를 묻는 게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몇 번이나 다시 고쳐봤는지를 묻는 것이다.
AI를 조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안다. 처음 얻는 결과물은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친다. 어딘가 어설프고, 생각과 어긋나 있다. 이때 많은 사람은 ‘이 정도면 됐지’라며 멈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거기서 끝내지 않는다. 질문을 고치고, 조건을 추가하고, 맥락을 설명하며 다시 묻는다. 프롬프트는 점점 길어지고, 질문은 점점 정확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과물의 결이 달라진다. 이는 재능의 차이가 아니다. 의지의 차이다.
“프롬프트 몇 줄까지 써봤냐”는 질문은 결국 태도를 묻고 가려내는 것이다. 대충 얻은 답에 만족하는 사람인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법을 바꾸는 사람인지. 도구를 탓하는 사람인지, 질문을 고치는 사람인지. AI 시대에는 실력이 더 투명해진다. 끝까지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결과물로 바로 드러난다. 그래서 자격증보다 흔적을 본다. 얼마나 고쳐봤는지, 얼마나 다시 시도했는지,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멋진 아이디어보다 해내고 싶은 미친 의지가 더 중요하다.” AI가 보편화한 지금 이 말은 더 정확해진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고,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붙잡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
연말과 연초의 경계에 서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계획을 떠올린다. 무엇을 더 배울지 고민한다.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올해 한 가지를 얼마나 끝까지 해봤는가. AI를 잘한다는 증명은 자격증이 아니라 끝까지 고쳐본 사람만이 남기는 흔적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AI를 쓸 때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을 밀어붙이는 방식 속에도 고스란히 남는다. 연말과 연초 사이, 새로운 목표보다 먼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다. 나는 프롬프트를 몇 줄까지 써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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