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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분노 미끼' 시대, 경영자가 흔들리지 않는 법

입력 2025-12-26 17:13   수정 2025-12-27 00:11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rage bait)’를 선정했다. 분노 미끼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가 오래 머무는 것이 곧 수익이 되기 때문에 감정 특히 분노를 자극하는 정보일수록 더 강하게 확산하고 더 크게 증폭된다. 댓글창의 끝없는 논쟁, 갈등적 이슈의 과도한 노출, 의도된 자극은 이제 플랫폼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 그래서였나?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올해의 단어 선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25년은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류가 변모한 해이고 ‘분노 미끼’는 소셜미디어 게시물 규제 논쟁과 온라인 감정 윤리에 대한 폭넓은 우려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분노는 온라인 시대의 ‘클릭 수를 늘리는 화폐’가 됐다. 감정은 정보보다 먼저 거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제니퍼 로런스는 인터뷰에서 “나는 틱톡에서 다른 삶을 산다”며 “댓글창에서 싸우고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첨예하게 분열된 이슈, 특정 계층을 겨냥한 비난, 자극적 비교, 양극화한 편 가르기는 온라인 세계의 공공연한 일상이 됐다.
논쟁에 휘둘리면 전략적 사고력 잃어

문제는 분노가 온라인 문화 현상을 넘어 경영 판단과 직장 내 관계, 소비자 행동, 나아가 개인의 정신건강까지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와 리더십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 거대한 ‘정서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생각해 본다.

우선 분노는 콘텐츠가 아니라 상품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클릭 수와 참여도를 따라 돈이 움직이는 시대, 플랫폼이 원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적 공감’이 아니라 ‘감정 반응’이다. 화를 내면 댓글을 달고, 논쟁하고, 다시 찾아온다. 분노는 플랫폼 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력이다. 그러니 화가 날수록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 감정 자극성 높은 경제 뉴스, SNS 이슈, 정치적 논쟁에 휘둘리는 순간 전략적 사고는 흐려지고, 데이터는 사라지고, 확신만 커진다.

분노는 확증 편향과 결합할 때 위험해진다. 이미 가진 신념과 감정을 강화하는 콘텐츠는 중독성을 띠며, 논쟁적 이슈일수록 사람은 자신이 옳다는 증거를 찾아 헤맨다. 최근 미국의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해 선명하게 반응하며 한쪽 진영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지만 반대쪽의 불매와 공격이 이어지며 실적 악화와 기업 이미지 훼손을 피할 수 없었다. 분노에 반응해 내린 결정은 고객을 위한 게 아니라 알고리즘을 위한 결정일 때가 많다.
분노 다스리는 힘이 곧 경쟁력
디지털 시대의 명예는 ‘침묵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온라인과 조직 내에서 강한 사람은 싸움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싸움이 걸려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가 익명 커뮤니티의 비난에 직접 대응했다가 오히려 조직 불신을 키운 사례는 유명하다.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리더는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다. 대응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과 시스템으로 해야 기업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정서적 체력을 잃으면 장기전을 버틸 수 없다. 분노 미끼는 단순한 정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에너지 문제다. 자극적 콘텐츠에 반복 노출될수록 사람은 피로해지고,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낸다. 업무 몰입과 창의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리더십의 본질은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관리하는 데 있다. SNS 소비 시간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삶과 무관한 논쟁에 참여하지 않으며, 사실 확인을 감정보다 먼저 두는 작은 실천들이 사고력을 지켜낸다.

분노 미끼의 시대에 기업과 개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예측이 아니다. 반응하지 않을 능력이다. 플랫폼은 분노를 키울수록 강해지지만 조직과 개인은 분노에 휩쓸릴수록 약해진다. 지금의 디지털 생태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보를 소비하는가, 아니면 정보가 당신을 소비하는가.”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흔들리지 않는 비즈니스를 만든다. 분노에 참여하는 기업은 이슈를 키우고 단기 이익을 얻는다. 분노를 관리하는 기업은 평판·브랜드·고객 신뢰라는 장기 자산을 얻는다. 분노를 다스릴 때 비로소 우리는 전략적 사고와 장기적 관점을 회복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가장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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