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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채 17억' 폭등에 비명…호주의 도심 주거난 해결법

입력 2025-12-26 17:50   수정 2025-12-26 20:10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에 있는 매릭빌. 과거 목공소로 쓰인 이곳에서 중요한 주거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이 대단지 임대주택을 공급 운영하며 도심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기업형 임대주택’(BTR·Build to Rent)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찾은 ‘매릭빌 팀버야드’는 지난해 문을 닫은 목공소 부지에 철골이 드러난 창고와 작업장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2028년이면 이곳은 1188가구 규모의 BTR 단지로 탈바꿈한다. 시드니 최대 규모다.

호주 연방정부는 2019년 휴양도시인 골든코스트에 BTR 단지 1252가구를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4660가구, 올해 6000가구를 공급했으며 2030년까지 총 5만5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BTR 시장의 급성장은 도심 주거용 부동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과 고품질 주거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현지 부동산 서비스기업 도메인에 따르면 지난 9월 시드니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전년 대비 6.3% 오른 175만호주달러(약 17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과 월세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한국도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운용 역량과 국내외 자본을 결합해 지역·소득별로 다양해진 임대주택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서 민간임대는 '필수 인프라'…공급 부족 메우고 주거품질 높여
연방정부 '기업형 임대' 활성화…시드니, 대규모 임대주택 활발

호주 시드니의 ‘매릭빌 팀버야드’는 4만5000㎡ 면적을 기업형 임대주택(BTR·Build to Rent) 단지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한국의 임대주택과 크게 다르다. 공급되는 1188가구는 1~2인 가구를 위한 스튜디오부터 침실 3개를 갖춘 가족형까지 각양각색이다. 가구와 가전을 완비한 형태부터 반려동물 돌봄, 재택근무자를 위한 공동 업무 공간 등 옵션도 다양하다. 입주민은 전용 앱으로 세탁 대행부터 요가 클래스 예약까지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단지에는 20여 대의 입주민용 공유차량까지 배치된다. 입주민은 가방만 들고 와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집을 사는 것보다 적은 주거비용을 치르면서도 다양한 주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모델로 BTR이 각광받는 이유다.
◇각종 혜택이 이끄는 변화
2020년 이전까지는 호주 부동산 시장도 한국처럼 임대보다 분양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마당 딸린 단독주택을 소유하며 살아가는 삶이 이상적인 것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주택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신규 주택 매입 부담 가중에 이민자 유입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주거 시장의 축이 임대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유닛’ 주택 수요가 늘고 있지만 단독주택 중심의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 건설 주택의 50~70%까지 선분양해야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 개발사와 건설회사로선 임대주택 대비 사업 부담이 크다. 매릭빌 팀버야드 같은 시드니 핵심 부지에 민간이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호주부동산협회 관계자는 “호주에서는 임대주택이 도심의 공급 부족을 메우면서 주거 품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맞춰 호주 정부가 각종 제도적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BTR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선 BTR 건설업체에 대해 매년 공사비의 2.5%를 감가상각 비용 명목으로 법인세에서 공제하던 것을 최근 4%까지 높이기로 했다. BTR 단지를 한 번 건설하면 관련 공사비 공제 혜택을 25년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연기금과 해외 투자자의 관련 투자를 늘리기 위해 BTR 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30%에서 15%로 낮췄다. 지방정부도 추가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신규 BTR이 개발되는 토지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절반으로 감면하고 있다.
◇운영 등 노하우도 중요
민간 공급업체들은 운용 구조 효율화를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BTR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호주에서도 인건비와 자재비 급등에 따라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설계 단계부터 비용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매릭빌 팀버야드는 공사비는 물론 유지·보수 비용까지 아끼기 위해 주택 구조와 설계를 최대한 규격화했다. 공정을 단순화해 공사 기간과 비용 변동성도 줄일 예정이다.

특히 임대주택 운영 단계에서는 단지 단위로 설비와 공간을 통합 관리하며 운영 비용을 대폭 낮춘다. 입주자의 동선 등 중요 데이터를 축적해 다음 단지 설계나 리모델링에 적용한다. 운영 비용은 낮추면서도 주거 만족도는 끌어올릴 수 있는 이유다. 매릭빌 팀버야드 개발사인 더리빙컴퍼니의 미르코 그로프 디지털 총괄은 “입주민의 이용 패턴과 동선을 데이터로 분석해 설계와 운영에 반영한다”며 “운영 효율과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주의 기업형 임대주택 개발 및 운영 모델은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CBRE의 시미르 초프라 아시아·태평양지역 리서치총괄은 “기업형 임대주택의 경쟁력은 운영을 통해 주거 품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경기 변동기에도 연기금 등 기관 자본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국가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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