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병오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테크의 땅에서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려면 연말에 몸 좀 풀어놓아야겠죠. 내년에 봐야 할 SK하이닉스 이슈들 위주로 챙겨보겠습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D램 키워드 : 1d D램 · High-NA EUV · M15X · 우시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오늘 HBM4 이슈는 잠깐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범용 D램에 대한 공정과 설계 이슈도 조명해볼 것들이 있어서입니다.
우선 내년에 차세대 제품인 10나노급 7세대(1d) D램 개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칩은 난도가 정말 높다고 합니다. D램 소자 내의 선폭이 1d D램에서 10㎚ 대까지 진입해서인데요.
기존 목표로는 소자 선폭을 10㎚대 초반까지 줄여보려고 했지만, 이게 너무 쉽지 않아 올 2분기쯤 디자인 룰을 살짝 늘리는 결정도 있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최근까지 업데이트한 개발 단계에서 1d D램의 웨이퍼 수율은 10~20% 수준입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께로 파악됐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1d D램 수율 확보에 크게 고전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차세대 칩 공정을 위한 High-NA EUV 노광기도 이슈입니다. 내년 1분기 말부터 세팅을 끝내고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ASML의 두번째 High-NA EUV 노광기인 '트윈스캔 EXE:5200B'가 9월부터 이천사업장 M16에 설치되고 있죠.
High-NA EUV는 당장 눈앞의 제품인 1d D램을 위한 기기는 아닙니다. 10㎚(0a) 이하 시대, 특히 SK하이닉스가 0b부터 적용할 버티컬 게이트(VG·4F²D램)에 요긴하게 쓸 목적으로 연구할 예정으로 파악됩니다. 내년에 SK하이닉스는 High-NA EUV 노광기 외에도 10대 안팎의 EUV 노광기를 팹에 들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EUV 기기 투자만 해도 대당 3000억 원이라고 쳐도 수 조원이 넘는 규모죠.
SK하이닉스의 내년 D램 신규 투자의 핵심은 M15X입니다. HBM4에 대응하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위주로 채워지고요. 총 월 9만장 가량의 팹 생산능력에 월 4만 5000장~7만장 웨이퍼 라인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M14와 M16 위주로 월 14만 장 안팎의 10나노급 6세대(1c) D램 라인 전환도 예상됩니다. 이건 엔비디아의 소캠2를 만들기 위한 의도도 있고요.
소캠2의 주요 재료이기도 하고 범용 D램의 일종인 저전력(LPDDR) D램이 요즘 완전 '동이 났다'고 하죠. LPDDR D램을 활용하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 기업들은 가격 급등은 고사하고 칩 찾기가 어려운 것부터가 문제라고 합니다. 가격 인상은 물론 기기의 스펙을 기존 타깃보다 낮추는 방안이 여기저기서 고려되고 있다고 하죠.
이런 상황에서 1c D램 라인을 초유의 범용 D램 공급부족 사태 속에서 어떤 식으로 운영할 지가 최대 과제일 걸로 보입니다.
중국 우시 공장도 업데이트를 해보면요. 2024년부터 시작된 10나노급 4세대(1a) D램 라인 전환 이후 1b D램 전환 같은 아주 유의미한 공정 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중국 EUV 규제가 여전히 영향권에 들어와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요. EUV 공정을 위한 웨이퍼 운반 비용(한국↔중국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1b D램 전환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인데요.
지금 국면으로 보면 완전히 레거시 D램인 1z와 1a D램 등은 우시에서, 1b·1c D램 등 최선단 라인은 이천과 청주에서 만드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낸드 키워드: 321단·QLC·V10 하이브리드 본딩·스토리지 넥스트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낸드는 내년에 321단 9세대(V9) 제품에 대한 라인 전환이 예정돼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 10월 열렸던 2025년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낸드 라인의 절반을 V9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자회사 솔리다임을 제외한 SK하이닉스의 현재 총 낸드 생산능력은 월 14만 장 정도입니다. 내년까지 월 약 7만장 정도의 V9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죠.
또한 현재 고용량 낸드가 탑재되는 기업용 SSD(eSSD) 수요가 좋아서 회사의 낸드 라인은 풀가동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됩니다. SK하이닉스가 V9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쿼드레벨셀(QLC)도 인기가 꽤 좋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또한 자회사 솔리다임도 QLC 제품에서 경쟁력이 있어서요. 중국 공장에서 192단 낸드 라인으로 전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미 연재물로 소개드린 바 있지만 SK하이닉스는 300단 중후반대로 추정되는 10세대(V10) 낸드도 내년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가 낸드 공정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YMTC·일본 키옥시아와의 패키징 경쟁에서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엔비디아의 '스토리지 넥스트'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제품 개발도 주목됩니다.
이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블랙웰·루빈 같은 GPU나 AI 가속기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서버 속 SSD 아키텍처도 바꾸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건데요.
기존 서버에서 SSD의 정보가 CPU의 명령을 거치고 GPU로 전달됐던 것에서, 이제 CPU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GPU가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 콘셉트입니다.
마치 CPU의 주변장치처럼 느껴졌던 SSD를 GPU 연산의 전면에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죠.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AI-N P(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입니다.
내년 말께 현존하는 SSD 정보 처리 속도의 10배 이상인 2500만 IOPS 정도를 지원하는 스토리지 시제품을 내고요. 2027년 말에 1억 IOPS까지 지원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도 전해지죠.
HBM의 낸드 버전이라고 불리는 고대역폭플래시(HBF)도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 샌디스크와 협업해서 만든 HBF '알파'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파 버전은 기능 검증 목적의 완전 초기 시제품이라 양산 시점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메모리 업계에는 정말 다양한 이슈들이 많습니다. 특히 메모리 초호황 사이클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메모리 제품군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연재물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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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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