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0년간 공사 끝에 세계 최대 규모 '이집트 대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이집트에서 유럽 국가들에 대한 문화재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존하는 이집트 유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 환수 요구가 들끓고 있다. 네페르티티는 고대 이집트에서 일신교 신앙을 최초로 도입한 신왕조 시대 파라오인 아멘호텝 4세(아케나톤)의 정실 부인이다.
하지만 6000년 역사, 10만 점의 유물을 보관한 이집트 대박물관에서는 이 흉상을 찾아볼 수 없다. 독일로 반출돼 2009년부터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탓이다.
1912년 독일인 이집트 고고학자 루트비히 보르하르트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320㎞ 떨어진 텔 엘-아르마나 유적지에서 네페르티티 흉상을 발굴했다.
이집트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 당국은 유물이 발견되면 이집트와 반씩 나눠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보르하르트는 이 규정을 집행하던 관리인을 속인 채 흉상을 독일로 옮겼다.
WP는 보르하르트가 네페르티티 흉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며, 이를 독일로 옮긴 후 십년 간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단 반출의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네페르티티 흉상 환수를 추진하는 전 이집트 유물부 장관 자히 하와스는 "이런 나라들은 나일강을 유린했다"며 "이제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돌려줄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은 "이집트 박물관은 보관 능력이 부족하다"며 반환을 거부했지만, 이제 대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이런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더군다나 2020년 베를린에서 이집트 유물 70점이 훼손됐고, 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왕관 보석이 도난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다만 네페르티티 흉상이 실제 환수될지는 미지수다. 노이에스 박물관은 운송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프리데리케 자이프리트 노이에스 박물관 관장은 "협력 박물관의 환경이 문제가 아니다"며 "전세계 어느 박물관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파손되기 쉬워서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WP는 네페르티티 흉상이 노이에스 박물관에 매년 수십만명의 관람객을 끌어오는 '간판' 유물인 만큼 이를 쉽게 내어줄 리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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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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