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공지능(AI) 테마를 탄 미국 IT업계의 주가 급등 속에 '패배자'로 낙인 찍힌 종목이 있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3대장'을 형성하는 세일즈포스다. 한때 창사 이래 매 분기 10% 이상 성장하는 '기적의 종목'이었던 세일즈포스는 공격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대비 저조한 성과가 주가를 억누르며 올해 시장 대비 처참한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세일즈포스를 향한 월가의 시선은 개선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기존 세일즈포스 프로그램의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과도했고, 오히려 AI를 활용한 상품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다.
세일즈포스 투자자에게 올해는 악몽과도 같은 한해였다. 2023년부터 2년동안 꾸준히 상승했던 주가가 올해 1분기부터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생성형 AI가 막강한 범용성을 무기로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을 대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며 AI 테마주가 힘을 받을 때마다 반비례하듯 주가가 급락했다.
세일즈포스는 불과 한달 전인 11월 20일에 연저점(225.37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고점인 1월 28일(359.95달러) 대비 37.38% 급락한 수치다. 최근 반등에도 연초 대비 세일즈포스 주가 수익률은 -19.53%로 집계된다.
다만 이같은 우려들은 연말이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계기는 지난 4일 발표된 3분기 실적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3분기 매출이 10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3.25달러로 전년 대비 35% 급증했다.
로빈 워싱턴 세일즈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세일즈포스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9%의 매출 성장을 예상한다"며 "특히 EPS는 같은 기간 7.09달러에서 10.01달러로 크게 증가해 수익성 개선을 입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특히 세일즈포스의 자체 AI플랫폼인 '에이전트포스'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에이전트포스는 전용 프로그램의 형태를 띄었던 기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하고, 필요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주어진 작업목표를 완료한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기록된 3분기 연간 반복 매출은 전년 대비 330% 증가한 약 5억40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계약의 절반 이상이 기존 고객에서 발생해 고객의 충성도 확보도 순조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AI 관련 매출의 비중은 아직 작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즈는 "세일즈포스는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 합계가 40%를 넘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췄다"며 "동시에 2026년 예상 매출을 기준으로 한 주가매출비율(PSR)은 6배 미만으로 소프트웨어 기업 중 이례적으로 보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구엘 밀라노 세일즈포스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실적발표에서 "많은 기업들이 세일즈포스를 범용 AI로 대체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우리의 무기는 태뷸로와 슬랙 등 수많은 고도화된 앱과 누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이고, 이같은 해자는 AI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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