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진과 임윤찬. 세계가 열광하는 두 피아니스트의 2026년은 ‘파격’과 ‘낭만’으로 요약된다. 과감하게 레퍼토리를 확장해 나가는 조성진,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임윤찬의 내년 리사이틀과 협연 등 주요 일정을 짚어봤다.
바흐부터 쇤베르크까지, 조성진
쇼팽과 모차르트, 드뷔시, 라벨을 거치며 완벽한 타건과 섬세한 감성을 증명해 온 조성진은 2026년 바흐와 쇤베르크를 오가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전세계 무대를 누빈다. 내년 조성진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바흐, 쇤베르크, 슈만, 그리고 쇼팽으로 구성됐다. 고전주의를 제외하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음악사를 아우르는 구성이다.
조성진은 내년 3월 30일 통영, 4월 12일 뉴욕 카네기홀과 5월 일본 투어, 그리고 7월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 바흐의 ‘파르티타 1번’과 난해하기로 유명한 쇤베르크의 ‘피아노 모음곡’을 나란히 배치했다. 바로크 음악의 정점인 바흐와 현대 음악의 문을 연 쇤베르크를 한 무대에 올리는 것. 그가 낭만주의에만 머물지 않는 음악가라는 걸 선언하는 셈이다.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 형식이 현대의 12음 기법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학구적 시도로도 해석된다.
2부에선 그의 장기인 슈만의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와 쇼팽의 ‘왈츠’를 선보인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의도적으로 다양한 작곡가를 탐구해 온 그가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쇼팽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일구 음악평론가는 “바흐의 파르티타와 쇤베르크는 모음곡 형식이고, 슈만과 왈츠곡까지 모두 춤이 떠오르는 곡들”이라며 “가장 오래된 음악적 언어인 춤의 발전상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조성진은 내년에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에 상주 아티스트로 활약한다. 그는 2026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아티스트 포트레이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베를린 필에 이어 LSO까지 그를 시즌의 ‘얼굴’로 내세우면서 거물급 스타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국내에서도 롯데콘서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7월 14일에는 실내악 프로젝트로 관객과 만난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 다이신 카시모토,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 수석 호르니스트 슈테판 도어 등 세계 최정상 연주자들이 함께 오른다. 7월 19일에는 바흐-쇤베르크 리사이틀이 열린다.
해외 협연 스케줄도 빈틈이 없다. 1월 15일~17일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의 미국 보스턴 심포니와 함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며 시즌의 포문을 연다. 2월부터는 LSO와의 투어가 시작된다. 2월 15일 런던 바비칸 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자난드레아 노세다의 지휘 아래 스페인 바르셀로나(17일)와 발렌시아(20일) 등을 돌며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4월 말에는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주요 도시 투어가 예정돼 있다. 4월 26일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도이치 심포니(DSO)와 베토벤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5월 5일,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라하브 샤니 지휘의 뮌헨필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낭만과 환상의 심연으로, 임윤찬

올해 임윤찬의 공연 프로그램은 예술가로서 감성과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올해 카네기홀, 위그모어홀 등 세계 최고의 공연장을 돌며 바흐의 골든베르크 협주곡을 들려줬던 그는 내년 리사이틀에선 ‘환상’을 키워드로 한 낭만주의 음악에 집중한다.
임윤찬이 상반기에 선택한 리사이틀의 주제는 '환상'이다. 그는 쇼팽의 ‘환상곡 f단조’,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번(G장조, 환상)’, 그리고 슈만의 ‘환상곡 C장조’를 한 무대에 올린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난곡들이다. 특히 슈베르트 소나타 18번은 ‘가장 슈베르트다운 작품’으로 불리며 연주자의 깊은 사색과 섬세한 터치를 요구한다. 폭발적인 기교와 에너지를 분출했던 ‘쇼팽 에튀드’의 시기를 지나, 긴 호흡으로 서사를 풀어가는 임윤찬의 면모를 보여줄 선곡이다.
임윤찬은 5월 6일 롯데콘서트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 ‘판타지’ 무대에 오른다. 이번 서울 공연은 4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시작해 6월 런던 위그모어 홀로 이어지는 글로벌 투어의 일환이다.

협연 스케줄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통한 거장들과의 만남이다. 임윤찬은 1월 28일 롯데콘서트홀, 이어 1월 31일과 2월 1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독일 명문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꽃이라 불리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6월에는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온 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6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협연한다.
해외에서는 2월 19~22일 미국 LA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3월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와 슈만 협주곡을 협연한다.
11월 7~8일에는 뭉클한 장면을 기대해도 좋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결선 무대를 지휘하며 임윤찬과 뜨거운 눈물을 나눴던 마린 알솝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콩쿠르 우승 당시 눈물의 드라마를 썼던 두 사람이 4년 만에 한국서 보여줄 교감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2월에는 데카(Decca) 레이블을 통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카네기홀 실황 앨범이 발매된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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