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이제 집에 가고 싶어요. 그날이 올까요?”
성탄절을 앞둔 지난 24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쉼터에서 만난 조미영 씨(51)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상징하는 하늘색 실을 엮어 목도리를 짜고 있었다. 그는 “이런 거라도 해야 잠시 잃어버린 가족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조씨는 사고로 언니와 조카, 조카사위, 조카의 아들, 딸까지 다섯 명의 가족을 하늘로 보냈다. 참사 이후 매주 4~5일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그는 “한 가족이 전부 사라져버린 원통함이 풀려야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국제 규정에 따라 지난 1월 공개한 예비보고서 이후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7월 예정됐던 중간 결과 발표회와 지난 4일 공청회는 모두 무산됐다. 조사 결과를 가장 기다렸을 유족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7월 발표회를 앞두고 사조위는 ‘조종사가 심하게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니라 왼쪽 엔진을 껐다’는 내용을 유가족에게 공개했는데, 되레 갈등만 커졌다. 유족은 사조위가 조종사에게 사고 책임을 넘기고 ‘콘크리트 둔덕’을 조성한 국토교통부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성철 유가족협의회 상임이사는 “사고는 조류의 엔진 충돌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했지만 179명의 사망자를 낸 결정적 원인은 콘크리트 상판이 얹어진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비행기가 부딪쳐 폭발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사조위는 사고 이후 전국 공항에 설치돼 있는 이 위험한 로컬라이저에 대해 안전권고를 낸 적도 없고, 이를 설치한 국토부 관계자를 상대로 1년 가까이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공항에서 생활 중인 20여 명의 유족은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로컬라이저가 보이는 도로에서 사고로 희생된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울부짖었다. 로컬라이저는 사고 당시 부서진 그대로 1년째 방치돼 있다. 남편을 잃은 최말례 씨(63)는 로컬라이저를 가리키며 “저것만, 저것만 없었으면…”이라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사조위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사조위가 국토부를 조사하는 것은 ‘셀프 조사’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사조위를 국토부가 아니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내용의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수사본부’의 수사 역시 1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사조위를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분석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입건된 국토부 전·현직 관계자 등 44명 중 송치된 사람은 아직 없다. 사조위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와야 책임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 및 공항 관계자의 행정처분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조위 결과 없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와 수사 중 어떤 것이라도 결과가 나와야 행정처분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안=임동률 기자/유오상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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