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국 25개 로스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표준판례와 관련해 법무부와 로스쿨 교육 및 변호사시험 연계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준판례는 헌법, 행정법, 형사소송법 등 주요 과목의 핵심 판례를 선정해 묶어 놓은 연구집이다. 2023년 8월께 발간된 개정판에는 민법 930건, 형법 총론·각론 498건, 형사소송법 416건, 헌법 331건 등 선택과목을 제외하고 총 3593건이 실렸다. 법전협은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이 표준판례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표준판례 연구 태스크포스(TF)’와 개정판을 보완해 내년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표준판례 도입 논의는 법률시장 전반에서 AI 활용이 보편화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슈퍼로이어’ 등 법률 AI 서비스를 통해 판례를 즉시 검색·확인할 수 있는 만큼 로스쿨에서도 암기보다 판례를 비평·분석하는 ‘창의적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 재학 중 변호사시험에 대비해 외워야 하는 판례가 1만2000개에 달한다”며 “학생들이 AI 시대에 법리를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면 한정된 판례를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판례 관련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최근 로스쿨 시험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치른 ‘검찰실무’ 기말고사를 재시험하기로 했다. 이 과목 강의를 맡은 현직 검사가 시험 범위로 짚어준 특정 판례가 그대로 출제돼 시험 운영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로스쿨 재학생은 “학습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교수들이 귀뜸해주는 예상 판례를 25개 로스쿨 학생들이 엑셀로 공유하는 상황”이라며 “표준판례 도입으로 이런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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