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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퓰리즘으론 원화 가치 못 지켜

입력 2025-12-28 17:56   수정 2025-12-29 11:03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위협하다가 지난주 정부의 구두 개입 이후 14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환율이 의미 있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보인 달러당 900원대 환율은 물론 1300원대 환율조차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으며, 최근 환율 상승은 투기 세력 때문에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이는 환율 상승의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는 편협한 시각이다.

한국과 미국의 펀더멘털을 단순 비교해봐도 그 격차는 분명하다.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2% 안팎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역시 한국은 연 2.5%지만 미국은 연 4.0~4.5% 수준이다. 굳이 한·미 관세협정에 따른 연간 200억달러 유출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성장률과 금리 모두에서 한·미 간 격차는 두 배에 가깝다. 이는 자본 이동과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격차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 그리고 장기간 지연된 구조개혁 때문에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산업·노동·연금 전반의 구조조정이 멈춰 선 사이 경제의 기초체력은 약해졌는데,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 약화 속에서 미래의 환차익을 기대한 구조적 자본 이동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연금과 기업, 개인의 해외 투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달러 수요를 늘리고 외환 수급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변화를 외면한 채 환율 상승의 주원인을 환투기로 규정한다면 환율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다.

연말 환율은 단순한 시장 가격을 넘어 기업과 금융회사, 연기금, 정부의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점이다. 환율이 높아질수록 외화 자산 평가이익이 늘어나지만 외화 부채의 평가손실도 커진다. 이는 당해 연도의 성과뿐 아니라 새해의 경제·재정·금융 정책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금리 격차 확대나 위험회피 심리가 겹치면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해 환율 상승이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

급한 김에 각종 환율 대응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를 국내 주식 투자로 전환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발상은 효과도 의심스러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또한 국민연금 해외 투자는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략이지 정책 수단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이용한 단기적 환헤지 확대나 투자 집행 시점 조절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을 상시적 환율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오류’라는 선을 넘은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지금의 환율 문제는 같은 교훈을 남긴다. 급한 불은 꺼야겠지만, 계속해서 잘못된 진단으로 임시방편적 환율 대책에 매달리면 곤란하다. 따라서 새해에는 경제 펀더멘털을 회복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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