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9일 15: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약이 아니라 ‘소속감’입니다.”
호주 시니어 레지던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주거의 기준으로 하나같이 ‘연결’을 꼽았다. 화려한 부대시설보다 앞서는 가치는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었다.
지난 16일 시드니 북서부 시니어 레지던스 ‘벨라비스타 헤이븐’에서 만난 수 아처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넓은 집에서 온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내는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고립감은 커졌고, 혼자 감당해야 할 주택 유지·보수는 버거운 짐이 됐다.그는 주택을 정리하고 레지던스로 옮긴 뒤 삶의 밀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수는 “문을 열고 나가면 인사를 나눌 이웃이 있고, 라운지에 가면 언제든 대화가 시작된다”며 “무엇보다 내가 며칠 안 보이면 누군가 걱정해서 문을 두드려 줄 것이란 사실에 가장 큰 안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레지던스의 일상은 ‘수동적 요양’이 아니라 ‘능동적 활동’에 가깝다. 주중에는 카드 게임과 독서 모임이 열리고, 금요일 저녁엔 ‘해피아워’ 파티가 이어진다. 수는 “강요 없는 소속감이 이곳의 장점”이라며 “혼자 있고 싶을 땐 쉬고, 외로울 땐 언제든 섞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즈번의 ‘아베오 카린데일’에서 만난 케리 뷰캐넌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건 더 큰 집이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혼자 살 땐 외출할 이유가 없어 온종일 잠옷 차림일 때도 있었지만, 여기선 매일 일정이 생긴다”며 “함께 걷고 식사하는 사소한 약속들이 삶을 지탱하는 활력이 된다”고 설명했다.호주 은퇴주거협의회에 따르면 시니어 레지던스 등 은퇴자 커뮤니티 거주자는 일반 주택 거주자보다 요양 시설 입소 시점이 평균 5년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을 끊고 사회적 교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완화되고, 결과적으로 건강 수명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앤서니 이브라힘 아베오 포트폴리오 관리 총괄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사람 사이의 연결과 커뮤니티를 설계해 고립을 줄이고 삶의 질과 건강 수명을 높이는 주거 모델”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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