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은 더 이상 자산을 보관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습니다. 온체인 금융 활동의 출발점이자, 투자 판단과 웹3 활동이 이뤄지는 중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센트는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고자 합니다.”
유민호 아이오트러스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1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디센트는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내 콜드월렛 브랜드로, 단순 보관에 머물렀던 지갑 개념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자산을 직접 활용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유 CSO에게 올해 디센트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과 내년 주요 확장 전략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디센트 운영사 아이오트러스트는 올해 누적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환경이 정비되면서 지갑 산업 전반의 사업 여건이 개선된 점이 주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지갑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고, 이 같은 흐름이 업계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민호 CSO는 “우리는 지갑의 하드웨어 완성도에 더해 앱 중심의 사용자경험(UX)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왔다”며 “지난 7월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통과한 이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준비해온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환경의 변화는 지갑의 활용 범위 확대와도 맞물리고 있다. 유 CSO는 “최근에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과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거래소를 거치기보다 지갑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온체인 활동이 지갑 자체에서 시작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지갑의 영향력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외 규제 논의를 종합하면 지갑 산업 전반에 비교적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지난 7월 통과됐고, 시장 구조를 다루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도 상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 초 정부안 발의가 거론되는 등 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디센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지갑 기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유 CSO는 “과거 지갑이 자산을 보관하는 수단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갑 안에서 사용자의 자산을 분석·활용해 수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부터는 예치나 수익 창출 등 자산 운용 기능을 단계적으로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센트 지갑은 메인넷 기준 100개 이상의 가상자산을 지원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해 솔라나(SOL), 트론(TRX), 엑스알피(XRP) 등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최근 디센트는 기관 사용 환경에 맞춰 권한 관리와 내부 통제, 승인 프로세스를 갖춘 맞춤형 지갑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멀티시그 지갑과 다자간연산(MPC), 임계값 서명(TSS) 기술 등을 적용해, 기관의 보안·운영 요구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앞서 디센트는 기업용 지갑 서비스(WaaS)인 ‘위핀’을 운영하며 기관과의 협업 경험도 축적해왔다.
기관의 수탁 서비스 확대 흐름 역시 디센트가 주목하는 변화다. 유 CSO는 “기관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가 본격화될수록, 보안성과 블록체인 이해도를 갖춘 지갑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관급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하드웨어 지갑 뿐만 아니라, 기관 사용자의 보안·운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서비스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센트는 하드웨어 보안성과 실제 사용 단계에서의 위험 관리 모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징이 있다. 유민호 CSO는 “우리 하드웨어 지갑에는 보안 전용 칩(Secure Element)이 탑재돼 있어, 물리적 훼손이나 무단 접근 시 내부 키를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하드웨어 지갑 분실 상황에서도 자산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센트의 보안 전용 칩은 물리적 분해 시도나 레이저 공격 등 비정상적인 접근을 감지하면 내부 암호화 키를 자동으로 삭제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하드웨어 단에서 키를 격리·보호하는 방식으로, 삼성의 녹스나 애플의 시큐어 엔클레이브와 유사한 보안 구조다. 아울러 생체 인증을 결합해, 하드웨어 지갑이면서도 모바일 환경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확인·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글로벌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하드웨어 지갑의 온체인 연결 보안성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디센트는 트랜잭션 실행 전 악성 주소나 피싱 사이트 여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고위험 거래를 사전에 경고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온체인 보안 프로젝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예방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디센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갑 사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유민호 CSO는 “디파이, 웹3 서비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복잡성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I를 활용해 온체인 데이터와 사용자의 지갑 활동을 분석해,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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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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