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사업 부문 약세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저조한 실적 전망의 핵심은 환율이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8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이어져 원당, 원맥, 대두 등 수입 원재료 부담이 커졌다. 통상 환율 상승은 3~6개월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데 4분기부터 ‘환율 상승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평균 환율은 1420원대로 연평균만 놓고 보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1394원90전)보다 높다.
CJ제일제당뿐만이 아니다. 식품업계는 특성상 원가 비중이 70~80%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 재료로 쓰이는 밀가루, 팜유, 코코아, 치즈, 버터 등도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한다. 해외 매출 비중(81%·3분기 기준)이 압도적인 삼양식품 정도를 제외하면,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이 해외 매출 증가분을 웃돌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판매가를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식품사들은 영업이익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증권사들은 오리온(1670억원→1607억원), 대상(388억원→315억원), 오뚜기(372억원→291억원) 등 주요 식품사의 4분기 영업이익을 일제히 6개월 전보다 내려 잡고 있다.
원화 약세는 오히려 K뷰티 붐과 맞물려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에이피알은 4분기 매출 컨센서스가 4605억원, 영업이익은 1098억원이다. 6개월 전 추정치보다 각각 35.2%, 72.9% 급증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주요 쇼핑 대목 기간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데다 고환율로 인한 환차익으로 호실적을 낼 전망이다.
환율을 둘러싼 K푸드와 K뷰티의 희비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비교할 때 경기 펀더멘털 강세 요인이 미미해 환율 하락세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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